《아름다운 가치 사전》(채인선 글/김은정 그림/한울림어린이)과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제인 다이어 그림/책읽는곰)
이 두 권은 가치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아름다운 가치 사전》은 아이들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책입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입니다. 2005년 초판이 나온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아름다운 가치 사전 2》이 나왔고 이 책 역사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큰 기대를 안고 읽은 책이지요.
이 책에서는 모두 24가지의 가치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감사 / 겸손 / 공평 / 관용 / 마음 나누기 / 믿음 / 배려 / 보람 / 사랑 / 성실 / 신중 / 약속 / 양심 / 예의 / 용기 / 유머 / 이해심 / 인내 / 자신감 / 정직 / 존중 / 책임 / 친절 / 행복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아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라 쉽게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 가치 개념을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개념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사례로 말이지요. 개념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를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형식은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독특한 형식이라고 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참신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엔 얼마나 참신하게 느껴졌을지 충분히 짐작을 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움을 느껴야했습니다. 사례를 통해 개념을 알아가야 하는 책인데, 사례를 보면 볼수록 개념에 혼란이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관용을 예를 들어 볼게요.
책의 본문에 나온 사례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 모든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마음.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꺼리거나 피하지 않는 마음.
* 아버지가 콩나물국을 끓이다가 소금 대신 설탕을 잘못 알고 넣었을 때 엄마가 웃어넘기는 것.
* 내 자를 빌려 쓰다 부러뜨린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 내가 예전에 잘못한 것들을 아버지가 다 용서해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까.”
이상하게도 관용이라는 개념보다는 배려, 용서 등의 가치가 먼저 떠오릅니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이 책에 나온 24가지 가치에 대한 정의를 살펴봤습니다. 여기를 보면 관용이란 첫째는 상대방이 자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남의 잘못이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관용이란 이처럼 일상적인 사례에 쓰이는 개념어라기보다는 형이상학적인 영역에서 쓰이는 개념입니다. 관용의 정신은 일상생활에서 배려, 용서, 평등 등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사례를 통해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너무 의욕이 앞섰던 건 아닐까 여겨집니다. 소금 대신 설탕을 넣은 걸 웃어넘겨주는 일이 관용이라고 보기엔 아무래도 너무 억지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설사 이를 관용이라 할 수 있다 해도 이런 식이라면 보다 크게 바라봐야 할 개념을 좁은 의미로 축소시켜 왜곡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과연 이런 어려운 개념어까지도 알아야 할까?’, ‘어려운 개념은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시기에 알게 되는 게 더 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개념에 혼란을 주는 예가 많았습니다. 사례가 이쪽 가치에 넣어도 되고 저쪽 가치에 넣어도 될 것 같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혼란은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가 지나치게 단편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뒤 정황이 빠진 사례는 독자에 따라 앞뒤 정황을 얼마든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사례를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어도 한 가지 사례는 앞뒤 정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어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아쉬운 점은 또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바른생활 어린이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한 책처럼 여겨졌습니다. 그건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듯이 여기에 실린 가치는 모두 ‘아름다운 가치’이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좋은 의미의 ‘아름다운 가치’도 알아야 하지만 ‘부정적인 가치’도 알아야 합니다. 아름다운 가치는 그것만 강조해서 보여준다고 해서 더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가치와 함께 견줘질 때 더욱 빛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오로지 아름다운 가치만을 강조합니다. 마치 아이에게 예쁜 것만 보여주고 싶지 더럽고 나쁜 것은 그 어떤 것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은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쁜 것만 보고 자란 아이는 예쁜 것이 얼마나 예쁜 것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은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서로 돕는다는 것’, ‘참는다는 것’, ‘당당하다는 것’, ‘겸손하다는 것’, ‘어른을 공경한다는 것’, ‘믿음을 준다는 것’, ‘공평하다는 것’, ‘불공평하다는 것’, ‘남을 배려한다는 것’, ‘욕심이 많다는 것’, ‘마음이 넓다는 것’, ‘부정적이라는 것’, ‘긍정적이라는 것’, ‘예의 바르다는 것’, ‘정직하다는 것’, ‘용감하다는 것’, ‘부러워한다는 것’, ‘우정’, ‘열린 마음’, ‘후회한다는 것’, ‘만족스럽다는 것’, ‘지혜롭다는 것’. 이렇게 모두 22가지 가치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가치 사전》에 실린 가치의 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배려, 용기, 정직 등 겹치는 가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기가 편합니다. 설명하고 있는 개념도 쏙쏙 들어오고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교훈적인 느낌도 전혀 없습니다.
왜일까요?
이 책은 아이가 쿠키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 과정을 통해 이 모든 개념을 설명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쿠키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 과정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여줍니다. 따라서 혼란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애써 이 또래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려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일상에서 나올 수 있는 개념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딱 그 높이에서 보여줍니다.
책에는 여러 아이들과 동물들이 나옵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흑인, 백인, 황인 등 여러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토끼, 개, 고양이, 양 등 나오는 동물들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딱 그 개념에 맞는 모습을 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루이즈 암스트롱 글/서현 그림/평화를품은집)이라는 책입니다.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아니지만 앞의 두 권과 비슷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모래성 쌓기 놀이 과정에서 생기는 다툼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분쟁 위험 지역, 분쟁, 충돌, 적, 경고 신호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군사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줍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미덕은 아이들이 놀이에서 생긴 다툼을 애써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갈등을 겪지만 결국엔 화해를 합니다.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은 바로 아이들의 놀이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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