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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야단법석, 부처님 박물관>,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

by 오른발왼발 2018.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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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종교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 종교와 함께 생활해 왔고, 그래서 종교는 정치 사회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불교는 특히나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된 만큼 우리 역사와 문화에 그 흔적이 또렷이 새겨있습니다.

《야단법석, 부처님 박물관》은 제목 말마따나 책으로 옮긴 부처님 박물관이라 할 만합니다. 박물관은 뭔가 기본 정보를 갖고 보면 많은 것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아무런 기본 정보도 없이 보면 지루하고 딱딱하고 이게 뭔가 싶어지기도 하는 곳입니다.
이 책 역시 비슷합니다. 불교에 대한 정보나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보면 정보만 가득한 딱딱하고 어려운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할머니가 아이와 함께 박물관과 절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을 취하긴 했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할머니와 아이의 모습은 금방 잊힙니다. 전체적인 내용이 할머니와 아이의 이야기에 녹아있지 못하고 그야말로 하나의 형식적인 장치로만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내용만큼은 아주 알찹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펴낸 책답게 불교 관련 유물들 사진이 알차게 들어 있습니다. 그림을 그냥 한번 훑어보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부처님을 찾아본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불교에 대해 좀 알고 싶다거나, 박물관에 가기 전에 맘먹고 공부를 좀 해 보겠다 싶을 때 참고한다면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책입니다.
석가모니의 일생에서부터 많은 부처와 보살, 그리고 여러 수호신에 대해서 아주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불교에서 유래된 말을 소개해 주는 것도 재미납니다. 제목으로 쓰인 ‘야단법석’이란 말도 불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야단’은 야외에 세운 단을 말하고 ‘법석’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고 합니다. 즉 법당이 좁아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설법을 들을 수 없을 때 야외에 자리를 마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이면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합니다. 그러다 보니 ‘야단법석’이라는 말이 여러 사람들이 몹시 떠들썩하고 소란스럽게 법석을 떠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고 합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한번쯤 아이와 함께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여러 부처와 보살의 차이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 는 《야단법석, 부처님 박물관》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내용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문화유산 해설가입니다. 주말에는 어린이 역사체험 학습단을 이끌고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의 흐름이 마치 아이들과 함께 절에 가서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절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가며 절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온 듯한 느낌입니다. 절이란 공간을 통해 불교의 사상과 문화재를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절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해 줍니다. 문화유산 해설가다운 자연스러운 구성입니다.
이 책은 《야단법석, 부처님 박물관》이 부처님의 생애로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역사 속 불교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두 책 모두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박물관을 매개로 하느냐 절을 매개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부처님과 보살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앞서의 책이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백과사전의 느낌의 설명이었다면, 이 책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 많습니다.
또 이 책에는 절에 있는 탑과 부도, 벽화와 건물 장식 등 앞서의 책에는 없는 내용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불교와 부처님에 관한 책이지만 서로 성격이 다른 두 권의 책. 기회가 된다면 두 권을 함께 견줘가며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초등 고학년에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청소년과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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