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보는 세상의 모습
우리는 흔히 “내가 봤어!”라는 말을 하지요. 이 말에 담긴 의미는 내가 본 것이 사실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본 것은 늘 진실일까요? 우리가 무언가를 보느라 못 본 것은 없을까요? 또 우리 눈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못 본 것은 없을까요?
《동물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요?》(기욤 뒤프라 지음/정미애 옮김/길벗어린이》
《모두 다르게 보여!-동물들이 본 고흐의 방》(신광복 그림/김지윤 그림/한솔수북)
《신비한 눈의 비밀-동물들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스티브 젠킨스 글, 그림/김상일 옮김/키다리)
이 세 권의 책은 동물들이 보는 세상의 모습에 관한 책이에요.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지만 우리에게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요?》는 똑같은 풍경이 사람과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환형동물, 복족류, 곤충 등 동물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그림을 통해 알져주지요.
책은 플랩북 형식을 이용해 각 동물마다 눈 부분을 열어보면 똑같은 풍경이 그 동물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왜 그렇게 보이는지를 설명해 주지요. 그저 막연히 개는 무슨 색을 못 본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야까지 볼 수 있는지, 색깔은 어떤 식으로 보는지, 얼마나 선명하게 보고 있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색에 대해 개념들을 알아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앞쪽에서 설명을 해 주고 있어요.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사람이 볼 수 없는 자외선과 적외선의 구분은 물론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선 뇌가 없이는 볼 수 없다는 것, 또 빛을 받아들이는 광수용체, 이색형 색각이냐 삼색형 색각인가에 따라 볼 수 있는 색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것이에요.
문제는 이런 개념들이 어린이들이 쉽게 다가기가 결코 쉽지는 않아요. 색각이란 개념은 학교 수업 시간에 다루는 개념도 아니고요. 이런 개념을 설명을 할 때 조금 더 친절하게 풀어서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고는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획력도 돋보이고, 플랩북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있다고 여겨져요. 또 눈이 없는 지렁이나 시력이 거의 없는 달팽이나 박쥐의 경우는 눈 대신 다른 감각들을 이용해서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또 비록 다른 동물들이 사람처럼 모든 책을 다 볼 수 없기는 해도 대신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폭넓은 시야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자외선이나 적외선 영역을 보는 등 각자의 조건에 딱 맞는 눈을 발달시켜 왔음을 알 수 있게 해 줘요. 즉,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본다는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모두 다르게 보여! - 동물들이 본 고흐의 방》은 《동물들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를 좀더 쉽게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장을 펼치면 속제목이 있는 면에 깜깜한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여요.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하지요. 방문을 열고 들어가도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빛이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 빛이라는 것을 단순한 한 장면만으로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방이 환해지면 고흐의 익숙한 작품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고흐의 작품들이 각각으 동물들에겐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줘요. 검고 어두운 것으로만 보이는 달팽이, 온통 둥그렇게 휘어져 보이는 물고기, 가려진 것을 볼 수 있는 뱀, 자잘한 점들로 보이는 꿀벌, 붉은색 종류는 보이지 않고 뿌옇게만 보이는 개가 차례로 등장하고, 그때마다 왜 그렇게 보이는지, 또 왜 그렇게 보는 게 그 동물들에겐 더 좋은지를 알려주지요.
익숙한 고흐의 그림을 각 동물들의 눈으로 보는 재미도 좋지만 서로 견줘보기도 쉬워요.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고흐 아저씨의 방에서 동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책 뒷부분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의 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 또 이 책에 나오는 고희의 여러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어요.
《동물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와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책이 주는 재미는 서로 달라요. 좀더 과학적으로 깊이 보고 싶다면 《동물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를,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이라면 《모두 다르게 보여!》가 더 적당해요.
《신비한 눈의 비밀 - 동물들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는 독특한 방식으로 과학의 세계를 그림책으로 표현하는 스티브 젠킨스의 그림책이에요.
먼저 동물들이 눈을 사용하는 방법을 각 동물마다 다양하게 발달시켜 왔다는 것, 그리고 눈의 다양한 종류(안점, 바늘구멍눈, 겹눈, 카메라눈)에 대한 설명을 한 후, 각 동물별로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를 알려줘요. 책의 뒷면에서는 눈이 단순한 안점에서 카메라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화 과정을 보여줘요.
이 책은 앞서 두 권의 책과는 달리 진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똑같은 장면이 각각의 동물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대신 설명을 해주지요. 그림은 동물의 눈을 중심으로 한 큰 그림과 작은 그림으로 그 동물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각 동물들의 눈에 대한 특징을 소제목처럼 붙여놓아서 비록 어떻게 보는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어요.
동물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가 궁금하다면 앞의 두 책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
책을 읽고 나서 동물과 사람의 서로 다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떡갈나무 바라보기》(주디스 콜. 허버트 콜 지음/사계절)은 동물들의 눈으로 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에요. 청소년 책이라 다소 내용이 어렵습니다. 제가 과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몰라도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제가 이 책을 통해 ‘움벨트’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유익했어요. 움벨트란 개개의 동물이 경험하는 특별한 주변의 세계를 뜻하는 말이라고 해요. 즉, 사람이 보기에 동일한 환경이라도 개별 동물들마다 경험하게 되는 세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개미에게 땅 표면의 세계가 중심이 되고 벌은 꽃이 활짝 핀 들판이 중심이기 때문에 들판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개미와 벌의 세계에서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동물마다 세상을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저는 사람들에게도 이 움벨트라는 것이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달라지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눈으로 보고도 그걸 몰라?’하고 말할 게 아니라 상대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본다는 것 -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보는 법》(김남시 글/너머학교)는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이 책 역시 청소년 책이지만 어른들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싶어요.
이 책은 본다는 것을 ‘눈’이라는 기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앎과 이해하는 것, 소통하는 것,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줘요. 그러고 보면 본다는 것은 삶에 대한 통찰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물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책을 읽다가 본다는 것의 의미까지 넘어오게 됐어요. 주제에서 벗어나 너무 멀리 갔나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여러 모로 의미가 있었던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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