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읽는 세계사》(김영숙 글/휴먼어린이/2015)
《발명, 신화를 만나다》(유다정 글/오승민 그림/창비/2006)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두 권 사이에 특별한 관련은 없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전혀 다르니까요.
《미술관에서 읽는 세계사》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미술 작품을 통해 세계사를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미술관을 거닐면서 세계사를 읽는다!’ 인터넷 서점에 실린 출판사 제공 책소개만 봐도 틀림없습니다. 기존의 세계사 책과는 뭔가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몇 장 채 넘기기도 전에 실망감이 옵니다. 차례를 보니 이건 세계사가 아니라 서양사라고 해야 맞습니다. 왜 서양사에 세계사란 제목을 붙였을까요? 혹시 서양사가 세계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역사가 담긴 미술 작품들을 뽑아서 그 미술 작품 속에 담긴 세계사를 들려줄 거란 기대도 무너졌습니다. 일반적인 세계사의 틀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미술 작품들을 끼워 맞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석기시대를 비롯해 몇몇 시기는 ‘미술관을 거닐면서 세계사를 읽는’ 느낌 대신 ‘박물관을 거닐면서 세계사를 읽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느낌은 기존의 세계사 책에서도 자주 봐 왔는데 말이에요.
그림이 나와 있는 경우도 그림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대신 세계사를 설명하는 쪽에 중심이 맞춰 있었어요. 그림은 그저 보조 수단인 느낌이랄까요?
역사를 제대로 설명을 해 주면 좋았겠지만 개념이나 문장이 불명확한 경우도 많이 보였습니다. 또 설명글이 나오다가 느닷없이 나오는 대화체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대화를 나누는 주체도 없는데 갑자기 누군가 서로 대화를 나누다니!
‘미술관에서 읽는’이라는 이 책의 성격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났으면, 또 정확한 개념과 문장으로 써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책이었습니다.
《발명, 신화를 만나다》는 2006년 1월에 나온 책입니다. 흔한 말로 연식이 제법 된 책입니다. 창비출판사에서 주최한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출간 당시 꽤 화제가 됐던 책이지요.
비행기, 나침반, 문자, 농사, 비단, 불, 피리, 반지, 북. 이렇게 아홉 가지 발명품과 연관된 신화를 소개하고, 이 발명품들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물론 이 가운데 농사나 불처럼 이걸 발명품으로 봐야 하나 싶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
참신한 기획물입니다. 벌써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참신합니다. 신화와 발명품의 접점을 잡아낸 것만으로요.
비행기는 그리스 신화 다이달로스 이야기
나침반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지남거 이야기
문자는 한자를 만들었다는 신화 속 인물 창힐 이야기
농사는 중국 신화에서 사람들에게 농사일을 가르쳐 준 ‘기’ 이야기
비단은 중국 신화 속 말가죽을 쓰고 누에가 된 딸의 이야기
불은 중국 신화에서 불 피우는 법을 알려준 ‘수인’의 이야기
피리 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요정 시링크스를 사랑하게 된 판의 이야기
반지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 이야기
북은 중국 신화에서 북의 유래가 된 저파룡 이야기
같은 이야기라도 이렇게 발명과 연결해 보니 새롭게 보입니다. 뒤이어 나오는 발명에 관한 이야기도 더 흥미롭게 느껴지고요.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 중국 신화뿐이고, 앞서 말했듯이 발명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것들도 있고, 몇몇 문장은 조금 부정확하게 서술된 곳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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