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제이슨 친 글, 그림/윤정숙 옮김/이정모 감수/봄의정원
아이가 아빠와 함께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으로 알려진 그랜드 캐니언을 여행합니다. 그랜드 캐니언 가장 아래쪽인 이너고지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출발해 위쪽 사우스림까지요.
“아하, 그럼 이 책은 아이가 보는 것을 통해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요? 맞아요. 이 책에는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정보가 가득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이 책은 그림책의 특성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그랜드 캐니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아이와 아빠의 여행 과정도 놓치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먼저 표지부터 감상해 볼까요?
광활한 그랜드 캐니언의 꼭대기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나요? 아이가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무엇을 보았을지 궁금해집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앞쪽 면지에는 그랜드 캐니언의 지도가 있어요. 뒤쪽 면지에는 그랜드 캐니언의 단면도가 있고요. 이른바 그랜드 캐니언의 기본 정보지요.
다음 책장을 넘겨볼까요?
아직 이야기가 본격 시작되지는 않았어요. 일종의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서는 그랜드 캐니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줘요.
물이 흐르고 흘러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지기까지를 한 장면으로 간략하게 보여주지요.
그러고 나면 이제야 속표지가 등장합니다.
달과 별이 총총한 한밤중, 왼쪽에선 퓨마 한 마리가 그랜드 캐니언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이제 이 퓨마는 그랜드 캐니언의 아래쪽인 이너 고지의 오아시스로 내려갈 거예요.
오른쪽 장면엔 물을 마시 퓨마 위쪽으로 텐트에서 일어나 그랜드 캐니언에 오를 준비를 하는 아이와 아빠의 모습이 보여요. 배경으로는 그랜드 캐니언의 모습이 보여요. 높이에 따라 다른 생태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어요.
자, 여기까지가 이 책의 도입부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문득 퓨마의 등장이 궁금해요. 더 이상 퓨마는 등장하지 않거든요. 등장할 때의 무게감에 견주면 너무 느닷없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해요. 제 궁금증이 해결된 건 며칠 뒤 이 책을 다시 봤을 때였어요. 속표지부터 시작해 퓨마가 등장하는 세 장면은 아이와 아빠가 올라가는 방향과는 다른 쪽이라는 것을요. 즉, 그랜드 캐니언의 대표 동물인 퓨마를 등장시킴으로써 그랜드 캐니언을 더 넓게 보여주는 것이지요. 또 퓨마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글도 그랜드 캐니언의 개괄적인 정보에 집중해요. 아이와 아빠는 그랜드 캐니언에 오르며 자신이 보는 것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이와 아빠가 그랜드 캐니언에 올라가요.
아이와 아빠가 함께 하지만 글에서 둘 사이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어요. 글은 오로지 두 사람이 지나가는 그랜드 캐니언에 대해서만 집중해요. 아이와 아빠의 다정한 모습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이와 아빠의 여행길 장면은 하얀 테두리 안에 있어요. 한 컷 한 컷이 마치 사진 같아요. 그리고 테두리 바깥쪽으로는 그랜드 캐니언에 사는 동식물들로 채워있거나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가득 차 있어요.
하지만 중간 중간 테두리 없이 화면 전체에 가득 찬 그림이 등장하기도 해요. 아이가 길을 가다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지요. 물결무늬가 새겨진 돌, 삼엽충 화석, 발자국 화석 같이 것들이에요. 아이가 그것에 눈길을 주고 다가가는 순간 그곳은 그것이 처음 만들어지던 과거로 가지요. 아이는 일종의 판타지 세계로 빠지는 것이지요. 아이들다운 호기심과 상상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세계에요.
마지막 장면, 아이와 아빠는 그랜드 캐니언을 올라 두 손을 꼭 잡고 내려다봅니다. 두 사람 앞에는 그랜드 캐니언의 거대하고도 장엄한 모습이 펼쳐집니다. 접힌 책장을 양쪽으로 펼치면 나타나는 장면이지요.
어쩐지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숙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201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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