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페미니즘이 뭐야?》
(마리아 무르나우 글/엘렌 소티요 그림/탐)
《어린이를 위한 페미니즘》
(사싸 뷔레그렌 글/엘린 린델 그림/풀빛)
페미니즘.
요즘 가장 핫한 단어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페미니즘이라는 말 하나 때문에 큰 시비가 붙기도 한다. 어떤 여자 아이돌은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티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참 이상하다. 페미니즘이 대체 무엇이기에 페미니즘 혐의(!)를 쓰고 무차별적 공격을 받는 여자들이 생겨나는 걸까?
페미니즘이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며 생겨났다. 그 시작은 여성참정권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참정권을 갖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가부장제 때문이다. 남성들은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남성들이 바라는 여성상은 남성의 보호 아래서 꽃처럼 지내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결혼을 한 여성은 ‘안사람’이라 불리며 집안에 갇히곤 했다. 만약 여성들이 뭔가 나서서 일을 벌이거나 권리를 주장하면 혹독한 비난이 가해지곤 했다. “여자가 말이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법이야.” 등등의 말이 날아오고, 주위의 따가운 눈총도 받아야 했다.
정말 그럴까? 전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왜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갖지 못해야 할까? 그건 순전히 지금껏 공고하게 다져진 가부장제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의 정당한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여성들 때문에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긴다고만 생각한다. 여성들 때문에 취업도 더 힘들어지고, 여성들 때문에 공부하기도 더 어려워지고…… 그러니 여성들도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군대도 똑같이 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들도 집안일을 똑같이 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고통을 똑같이 겪고, 아이들을 똑같이 돌보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왜? 그건 원래 남성들이 하던 일이 아니니까!
그러다보니 남성들 가운데는 페미니즘이란 말의 의미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페미니즘은 ‘남녀평등이란 가면을 쓰고 여성의 권리 외에 다른 아무 것도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아무 근거 없는 ‘여성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읽던 아이돌이 공격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페미니즘 색체의 책을 읽는 너 역시도 세상을 어지럽히는 문제라는 식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자기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나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여기고 살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부장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럽게 내 몸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준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언니, 페미니즘이 뭐야?》는 처음엔 다소 과격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확인한 사실. 작가는 1991년 생, 우리나라 나이로 29살. 하지만 이 책이 2015년도에 진행했던 ‘그림으로 보는 페미니스트’의 결과물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당시 나이는 25살. 작가와 나 사이에는 너무나 큰 세월의 간극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언니, 페미니즘이 뭐야?》는 청소년을 대상, 《어린이를 위한 페미니즘》은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차이 말고는 두 책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모두 같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이 책들을 읽고 곰곰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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