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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세계 시민 수업 1, 난민> <난민 이야기>

by 오른발왼발 201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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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이야기


2018년 ‘제주도 난민’이 논란이 되었을 때였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불안해. 난민들을 못 들어오게 해야 해. 더구나 이슬람!”
제주도에 동생이 살고 있어 제주도를 자주 방문하는 지인이 말했다.
“에이, 우리나라 사람들도 6.25 때 전쟁 난민이었는데 그러면 안 되지요. 오죽하면 우리나라까지 왔겠어요?”
나는 난민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동생 가족 때문에 불안해하는 지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도 별 수 없다는 걸 곧 눈치 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사는 곳이다.
길을 가다 보면 중국어와 조선족 말투, 또 어디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뒤섞여 들려온다. 때로는 우리말을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이들의 언어만 들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괜히 스멀스멀 괜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이 사람들이 나를 공격할 일이 없다는 걸 뻔히 아는 데도 말이다.
머리로는 난민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본능은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 이들과 멀어져야 할 것처럼.
결국 안전을 내세우며 난민에 대해 반대하는 제주도 사람들이나 나나 다를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본능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본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난민을 대하는 태도처럼 말이다.


《세계 시민수업 1, 난민》(박진숙 글/소복이 그림/풀빛/2016)과 《난민 이야기》(수잔 섀들리히 글/알렉산더 폰 크노레 그림/니케주니어/2019)를 읽었다.


《세계 시민수업 1, 난민》을 쓴 박진숙은 ‘에코팜므’라는 난민 여성들을 위해 생태적인 방법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난민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가슴에 와 닿은 것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듯이 누구나 난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 책은 시리아, 콩고, 티베트, 버마 사람들이 왜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난민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우리나라에 들어온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 급박한 상황에서 빨리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오다보니 어디인지도 모르고 오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여기서 다루고 있는 네 나라의 공통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그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식민지 지배와 더불어 독재를 오랫동안 겪은 나라들이다.
* 힘없는 시민들의 작은 항거가 큰 항쟁으로 발전되었다.
* 강대국들이 끼어들면서 사태가 더 악화되었다.
* 타국으로 망명한 난민들은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품고 있다.
* 난민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지만 여전히 미래의 희망이다.



《난민 이야기》 도 비슷하다. 난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시리아 난민과 터키의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그 사례다. 이들은 고국을 떠나 여러 나라를 거쳐 대부분 독일에 정착한다. 그 과정은 목숨을 건, 참으로 험난한 길이다.
독일은 난민들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다. 독일이 처음부터 이렇게 난민들에게 관대했던 건 아닐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과 집시에 대한 인종 학살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은 유난히 민족주의가 심했던 곳이다. 그랬던 독일이 난민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교육 덕분일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가족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아주 많은 가족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조상들이 있다고. 이는 결국 많은 사람이 난민이었다는 것이라고.  
혹시 이 책을 쓴 작가가 독일 출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고,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분명 달라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모두 난민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난민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방인이다. 낯선 이방인에게 경계하는 태도는 난민들에게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외국에 휴가여행을 갔을 때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여러분 스스로에게 대하듯 다른 사람에게도 늘 그렇게 대해 보세요.


난민을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배척하거나 무시하려는 게 본능이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난민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방인을 대할 때 스스로에게 대하듯 하는 건 어쩌면 그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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