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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그림책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

by 오른발왼발 2019.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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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

(이영아 글, 그림/꿈교출판사)

 

 좁고 가파른 계단과 골목을 사이에 두고 따닥따닥 붙어 있는 산등성이 마을에 한 할아버지가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여기서 50년 넘게 혼자 살고 있지요.
  어느 날, 할아버지 앞에 일본 옷을 입은 귀신이 나타납니다. 그냥 귀신도 아니고 일본 귀신입니다! 귀신을 보게 된 것만 해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 귀신이 일본 귀신이라니,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일 일입니다.
  그런데 귀신은 한술 더 뜹니다. 할아버지 집이 바로 자기의 무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조상의 유골을 찾으러 왔다며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비석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사실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곳은 옛날 일본 사람들의 공동묘지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면 공동묘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피난 온 사람들이 묘지의 비석과 상석 등을 이용해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공동묘지가 산등성이 달동네 마을이 된 것이었지요.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은 바로 그 일본 귀신의 무덤이 있던 자리였고요.
  이렇게 할아버지와 일본 귀신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빨리 비석을 찾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할아버지 집에는 일본 귀신의 비석이 없었습니다. 어수선 한 시대,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비석과 상석을 가져다 썼고, 그러다 보니 비석은 무덤 자리가 아닌 이곳저곳으로 흩어져버렸기 때문이지요.
  할아버지와 귀신은 마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사이, 할아버지와 일본 귀신은 이곳에 정착하게 된 사연을 서로 나누게 됩니다. 굶주림 때문에 돈을 벌려고 조선에 왔다가 죽은 일본 귀신, 전쟁을 피해 이곳에 왔다가 고향이 북한 땅이 되는 바람에 돌아가지 못하는 할아버지. 둘은 모두 애닯게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본 귀신을, 일본 귀신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요. 일본 귀신이 비석을 찾을 때까지 할아버지와 일본 귀신의 기묘한 동거는 계속되겠지만, 그동안 둘은 서로의 마음을 잘 도닥이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부산 아미동에 있는 비석마을이 배경입니다. '비석마을'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이곳에 가면 곳곳에서 묘지의 비석과 상석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전쟁으로 부산에 피난을 온 사람들은 당장 몸을 뉘울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묘지의 비석이나 상석을 이용해야 했던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이 책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무겁게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할아버지와 일본 귀신의 만남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동시에 서로를 공감하는 가슴 찡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은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 공동체 A'를 중심으로 내가 살아온 지역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게 됐다고 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쉽게 나올 수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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