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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내가 쓴 책

여자답게? 나답게!

by 오른발왼발 2019.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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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답게? 나답게!(우리교육)

 

옛이야기는 원래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누구나 즐기는 이야기였지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에는 나이 많은 노인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누구라도 있을 수 있었지요. 모두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 각자 자기의 처지와 생각에 따라서 받아들였지요.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줄 때는 자신이 들었던 그대로가 아니라 자기 식으로 받아들인 이야기를 전해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한 가지였던 이야기가 수없이 많은 이야기로 퍼져나갔지요. 어떤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널리 퍼지기도 했지만,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했어요. 이게 바로 옛이야기가 갖고 있는 생명력이었지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옛이야기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만 여겨졌지요. 그건 어린이들에게 무언가 가르치기 위한 이야기가 필요했던 즈음의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옛이야기는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교훈을 담은 이야기로, 교육의 목적으로, 조금씩 바뀌게 되었지요. 잔인하다고 여겨지는 장면은 빼야 했고, 당시의 도덕적 관념과 맞지 않는 장면도 빼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옛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그 속에 내재된 이야기의 속뜻은 점점 희석화되고 말았습지요. 이야기의 이면에 담긴 내용보다는 겉에 드러난 이야기만 강조되었고, 단순한 이야기 구성은 뻔 한 이야기로 치부하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옛이야기를 봐야 한다고 여겨지는 연령대는 점점 아래로 내려갔지요. 어린이 중에서도 중학년으로, 저학년으로, 그리고 유치원생으로요. 그에 따라 이야기도 점점 더 단순해졌고요.

이렇게 옛이야기는 뻔한 이야기로, 누구나 다 안다고 치부하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요.

하지만 정말 옛이야기가 그럴까요? 옛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특히 곱씹으며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보이지요. 그래서 보면 볼수록 더 재미있지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옛이야기를 읽고 또 읽다보면 그 속에서 다양한 자신의 삶을 찾아내게 되지요.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옛이야기 책입니다. 옛이야기 책이긴 하지만 옛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제 삶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을 쓰면서 20여 년 동안 옛이야기를 공부하던 일이 떠올랐어요. 저도 처음엔 옛이야기를 보면서 에이, 이게 뭐야?하며 답답해하기도 했고, 이게 말이 돼?하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묘하게도 옛이야기는 보면 볼수록 재미있었고, 맘에 안 들던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제 삶을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옛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옛이야기와 함께 제 이야기도 솔직하게 풀어놓기로 했어요. 우선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요.

모두 10편의 이야기를 골랐지요. , 머리말에 들어가는 이야기까지 하면 11편이네요.

여기에는 누가 봐도 씩씩하고 당당한 <가시내>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어요. 시집가서 방귀를 제대로 뀌지 못했던 <며느리 방귀> 이야기, 몰래 나와서 음식을 차려놓고 다시 사라지는 <우렁 각시>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며느리 방귀>에선 방귀를 못 뀌는 게 말이 돼? 방귀는 뀌어야지.하는 말이 들렸고, <우렁 각시>에선 맘에 드는 남자를 스스로 선택하고 남자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당찬 모습이 보였어요.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였지요. 과거에 힘든 삶을 살아냈던 여성들이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았어요. 때로는 비참한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래서 그 이면의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여기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이렇게 저에게 특별한 울림을 주었던 이야기들이지요. 그냥 옛이야기 모음이 아니라 제 삶을 털어놓는 이야기였기에 이런 특별한 울림이 없었다면 쓸 수 없었을 거예요.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여성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책의 차례

 

머리말 | 메뚜기 미역국 - 모두가 좀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가시내 - 여자라서 못 할 일은 없다

며느리 방귀 - 참지 말고 풀어!

꼭두각시 -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나!

여섯 모난 구슬과 개와 고양이 -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

우렁 각시 - 우렁 각시, 넌 정말 멋진 여자야!

재주 있는 처녀 - 재주가 좋다한들 사람이 제일이지!

콩쥐 팥쥐 - 우리 마음속엔 늘 콩쥐와 팥쥐가 함께 있어

내 복에 산다 - 잘 되는 못 되든, 모두 나 하기 나름!

농사의 신 자청비 - 스스로 움직여야 해!

힘센 전강동과 그 누이 - 제 이름으로 불리는 건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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