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좋은 형제》(오진원 글/박규빈 그림/하루놀/2019. 5. 30.초판)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옛이야기입니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이야기 가운데 이만한 이야기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구성도 단순한 편이고, 다른 옛이야기들과 견주어 볼 때 이야기가 다른 판본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의좋은 형제’이야기는 쓰기 쉬우면서도 어려웠습니다. 참고할 이야기가 많지 않으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일은 줄은 셈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금껏 나온 다른 이야기들을 그대로 복제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고민은 또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다른 옛이야기하고는 결이 아주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통 형제가 나오는 이야기에서 형제가 이렇게 사이가 좋은 경우는 없습니다. 보통 형제가 나올 때는 한 사람 안에 있는 두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선과 악으로 나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둘이 갈등하는 가운데 사건이 터지고 절정에 이른 뒤 문제가 해결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좋은 형제의 모습만 보입니다. 자칫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구비문학대계》나 《한국구전설화》같이 채록된 옛이야기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탈무드》 그리고 일제 강점기 보통학교의 교과서였던 《조선어독본》 그리고 방정환 선생님이 발행했던 잡지 『어린이』에 실려 있는 게 다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이야기가 진짜 우리 이야기가 맞을까라는 고민이 자꾸 생겼습니다. 《탈무드》의 이야기가 『어린이』지에 번안되어 실리고 이후 《조선어독본》에 채택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한참을 고민 끝에 전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 출처가 《탈무드》라 해도 이미 우리 안에서 우리 이야기화 된 것이라고요. 아무리 ‘의좋은 형제’가 《탈무드》 속 이야기라고 해도 그 속에서 우리 시골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 형과 동생이 서로를 생각해주는 모습을 가장 잘 그려낼 수 있도록 써 보기로 했습니다. 형제의 모습을 눈에 보이듯이 사건으로 잘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옛이야기의 반복과 그림책의 리듬감도 최대한 살려서 써 보려 했지요. 장면 구성도 그에 맞춰서 하고요.
몇 달이 지난 뒤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린 박규빈 님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위트 있는 그림은 자칫 교훈적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주었지요. 사실 전 그림에서 사물(특히 식재료)의 의인화를 반대하는 편인데, 여기서는 의인화해서 그린 볏단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지요.
어리게만 보였던 동생이 장가를 든 후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도 깨알 같이 표현해주었고, 또 형과 동생이 잠자리에 누워 서로를 걱정하는 장면에서 부인들이 남편에게 다녀오라며 격려를 해 주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글이 해주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그림책에서 그림이 갖는 매력을 맘껏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인가에 대한 제 고민을 담은 글은 ‘이게 정말 우리 옛이야기일까?(1)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탈무드》, 《조선어독본》, 『어린이』에 실린 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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