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앙리드 방 니만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로렌 차일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말괄량이 삐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또 만화영화로 여러번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한쪽엔 밤색, 또 다른 쪽은 검은색의 짝짝이 긴스타킹을 신고 양쪽으로 뻗쳐 딴 머리에 얼굴엔 주근깨가 잔뜩 난 삐삐의 모습은 그 강렬함 때문에 누구나 잊지를 못한다.
그리고 이 삐삐의 별난 모습만큼이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특히 어른들!)의 반응은 별나다.
첫 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삐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언제나 엉뚱한 일을 벌이고 어른들한테도 버릇없이(!) 대드는 모습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삐삐의 행동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세 번째는 삐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삐삐는 부자고 힘도 세고, 한마디로 너무 완벽한 아이라서 실제 아이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 여기기는 사람들이다.
어른들은 대부분 삐삐를 읽고 난 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의 느낌을 갖는다. 그건 자신이 이미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멀어진,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어른들의 간섭이 없이도 잘 살아가는 삐삐의 모습 때문에 자신들이 끊임없이 가르쳐야만 하는 아이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건 어른들과는 다른 아이들의 반응이다.
대부분의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삐삐에게 금방 빠져들고 열광한다.
아이들은 현실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삐삐는 그 모습만큼이나 자유롭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삐삐는 길을 갈 때 한 발은 보도를, 한 발은 길가의 도랑을 밟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가고, 돌아올 때는 뒷걸음치며 오고서는,
"너, 왜 뒤로 걸어?"라는 질문에
"여긴 자유로운 나라잖아. 자기가 걷고 싶은 대로 걸으면 안 된다는 법 있어?"라고 대답할 만큼 당당하게 자신이 선택한 자유를 누린다.
삐삐는 모든 걸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하고 행동에 옮긴다. 그리고 이런 삐삐의 행동엔 다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
삐삐 옆집에 사는 토미와 아니카는 그런 점에서 삐삐와 반대쪽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른바 전형적인 모범생들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셋은 너무 잘 맞는다. 아니, 어쩌면 토미와 아니카한테 삐삐는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다. 아무 불평불만 없는 모범생인 토미와 아니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두 아이의 마음속은 삐삐의 모습 그대로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힘, 금화, 자유로움, 그리고 천방지축에 버릇이 없는 듯 보이면서도 그 속에 따뜻함과 사랑을 간직한 삐삐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영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이가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삐삐를 닮아갈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이 삐삐를 좋아하는 건 자신들이 삐삐처럼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미처 할 수 없는 일들을 삐삐가 다 해주는데서 얻는 대리만족감 때문이다. 토미와 아니카처럼 말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그림을 달리하여 두 종류의 책이 나와 있다.
같은 시리즈로 《꼬마 백만장자 삐삐》와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도 나와 있다.
'권하는 책 > 초등 3-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오리몬드 공주의 목걸이 (0) | 2021.05.31 |
---|---|
아툭 (0) | 2021.05.31 |
짱구네 고추밭 소동 (0) | 2021.05.31 |
생명의 저울 (0) | 2021.05.31 |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0) | 2021.05.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