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권하는 책/청소년

압록강은 흐른다

by 오른발왼발 2021. 6. 2.
728x90

 

압록강은 흐른다(상, 하) / 합본

이미륵 글/윤문영 그림/정규화 옮김/다림

 

 

나는 2000년 다림에서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한 책이었는지 몰랐다. 주위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야! <압록강은 흐른다>가 나왔어!" 하며 감탄을 해댔지만, 이 책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나로선 조금은 어리벙벙했었다.
그래서 분명히 '이미륵'이라는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책에 '옮김'이란 말이 붙은 까닭도 아리송하기만 했다. 몇몇 사람이 "예전에 '전혜린'이 번역한 것보다 좋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이야?'하며 머쓱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이 책이(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의 발췌문이) 독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이라는 사실은 내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이 이 책을 당장에 읽게 만들지는 못했다. 두 권이란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괜한 자존심일지 몰라도 그저 유명한 작품이라는 욕심에 달려들어 읽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뒤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이미륵의 자전 소설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이미륵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 대원어머니가 사십구 일 동안이나 미륵불에게 기원을 올려서 낳아서 이름을 미륵으로 짓게 된 까닭이며, 사촌인 수암과 보낸 소년 시절, 구식 교육과 신신 교육, 그리고 구한말에서 일제의 침략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집안과 학교에서의 생활, 삼일운동에 가담한 죄(!)로 몸을 피하기 위해 압록강을 넘어서 독일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이미륵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이미륵 개인의 자전 소설이기만 한 건 아니다. 특별한 감정 표현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은 단순한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구한말에서 일제 침략기에 이르는 격동기의 우리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서당에서 구식 교육을 받다가 신식학교에서 받는 충격과 혼란스러움, 좌절, 도전, 의학도로서의 생활, 그리고 삼일운동, 일제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 압록강을 넘는 과정이 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한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이미륵은 삼일운동 직후 압록강을 넘은 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독일에 도착해 독일에서 공부하고 글을 쓰다 1950년 세상을 뜰 때까지 독일에서 지냈다. 물론 모든 글도 독일어로 쎴다. 이 작품에 옮긴이가 필요했던 까닭도 여기 있다.

어찌 보면 이미륵은 그래도 성공한(?) 삶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어렵게 조국을 탈출해서 독일에서긴 하지만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하고, 또 독일인들의 찬사를 받는 작품을 쓴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담담하게만 써 내려간 것처럼 보이는 이 책 속에는 조국을 등져야했던 이미륵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압록강은 흐른다》란 이 책의 제목부터가 그렇다. 압록강은 맞은편 언덕에 있는 사람들 얼굴을 거의 알아볼 만큼 폭이 좁다. 그러나 강의 좁은 폭과는 달리 압록강의 이쪽과 저쪽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끊임없이 흐르는 압록강은 이쪽과 저쪽을 걸어서는 갈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 번 강을 넘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기가 어려웠다. 이미륵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만 피해 있으면 되리라 하고 생각하고 넘었던 압록강이 어느새 돌아가지 못할 강이 되고 말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륵이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제목을 선택한 까닭이 그런 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당신도 읽으면 알게 되겠지만 나의 소설은 내가 소년 시절에 체험한 일들을 소박하게 그려 보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러한 체험들을 서술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기술적이고 설명투의 묘사는 피했습니다. 동시에 동양인의 내면 세계에 적합하지 아니한 세계적인 사건들은 비교적 조심성 있게 다루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그려냄으로써 한 동양인의 정신 세계를 제시하려고 시도한 것입니다. 이것은 나에게 아주 친근한 것으로 바로 나 자신의 것입니다."(하권 192쪽 작품해설 가운데)

이미륵이 자신의 작품이 발간되기 2년 전, 출판사 사장에게 집필 중인 작품의 성격과 구성을 서면으로 설명한 글이다.
이미륵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글이다.

728x90
반응형

'권하는 책 > 청소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태일 평전  (0) 2021.06.02
초콜릿 전쟁  (0) 2021.06.02
오이대왕  (0) 2021.06.02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0) 2021.06.02
나는 아름답다  (0) 2021.06.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