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전쟁
로버트 코마이어 글/안인희 옮김/비룡소
이 책은 역설적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초콜릿'과 '전쟁'이란 두 단어가 만들어낸 제목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음모가 가득 찬 사건은 성스러운 카톨릭계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트리니티(삼위일체)에서 벌어진다.
주인공은 신입생 제리 르노다. 제리는 약하디 약한 존재다. 얼마 전 엄마를 여의고 풋볼팀에 들어가지만 왜소한 체격은 불리하기만 하다. 게다가 겁은 어찌나 많은지 제리는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순간에 베드로'였다.
그런 제리가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저지른다. 학교의 전통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초콜릿 판매를 전면에서 거부한 것이다. 교장이 되기를 갈망하는 교사 레온은 지난해보다 2배나 비싼 초콜릿을 2배나 들여온 뒤 판매를 위해 '야경대'라는 지하서클과 서슴없이 손을 잡는다.
레온은 늘 교실에서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그날 그날의 판매 실적을 확인했고 제리는 늘 '아니요'라고 답할 뿐이다. 사실 제리도 처음부터 초콜릿 판매를 거부할 생각은 아니었다. 야경대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리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판매를 거부한다.
하지만 결과는? 아이들은 제리를 철저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을 한다. 이른바 왕따를 시키는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이번 판매가 부당하다고 여기지만 야경대라는 현실에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야경대가 원하는, 즉 제리를 파멸시키는 쪽에 당당하게 합류한다.
마지막 장면, 제리는 야경대를 지휘하는 아치의 음모에 걸려 전교생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철저하게 부서지고 구급차에 실려가고 만다.
제리를 이렇게 만든 건 과연 누굴까? 제리에게 직접 폭력을 가한 에밀? 아님 이번 판을 벌인 아치? 아님 그 자리에 동참했던 아이들? 야경대를 교묘하게 이용한 레온?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제리는 패했다. 하지만 제리가 '아니요'라고 말할 때마다 함께 제리를 응원해주는 독자가 있다면……. 그게 희망이 아닐까? 이 역시 역설이다.
고등학생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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