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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는 책/학부모

어린이와 그림책

by 오른발왼발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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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마쯔이 다다시 지음/이상금 엮음/샘터

 

 

그림책은 참 특별한 책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보는 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를 함께 지내야 할 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림책을 유아들만 보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림책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들까지 누구나 좋아한다. 유아기에 봤던 그림책은 아이들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가 두고두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그림책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는 책이기도 하다.
아이가 글을 모르기 때문에 엄마가 읽어주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그림책이란 그림만으로도 책읽기가 가능한 책이니까. 하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줌으로써 그림책은 더욱 뚜렷한 생명력을 얻는다.
요즘엔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참 많이 늘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그림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 그림책도 더욱 좋아지고, 우리 아이들도 좋은 그림책을 볼 기회가 늘어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또 내 능력 밖의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지 그 해답을 알 수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할 수는 있다. 《어린이와 그림책》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읽기에도 편안하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 힘든 이론을 늘어놓지 않으면서 아주 쉽게, 그러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하나 하나 짚어가고 있다.
그림책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림책을 읽어줄 땐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좋은 그림책은 어떤 것인지……, '그림책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아주 세세히, 조목조목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낸다면 다른 그림책 이론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이지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림책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우선 그림책을 보는 게 먼저다.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읽어 가는 과정이 없다면 이론서는 아무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선은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찾아 읽는 게 이 책을 쓴 마쯔이 다다시의 뜻을 따르는(?!) 길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그림책을 먼저 보는 게 좋을지 영 감이 안 온다면 먼저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보면서 마쯔이 다다시의 가르침을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이 책은 마쯔이 다다시가 쓴 다섯 권의 책을 이상금 교사가 엮어서 낸 책인데, 그 다섯 권의 책은 1970년대부터 1984년까지 출판된 책이다. 이 말은 적어도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새롭게 나온 좋은 그림책들과 우리 그림책에 대한 소개가 이 책에서 빠졌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책들 말고도 다른 그림책들을 꼼꼼하게 찾아보면서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대신 다른 그림책을 볼 때도 이 책에서 마쯔이 다다시가 한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이 책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는 두 번 읽었을 때가, 두 번 읽었을 때보다는 세 번 읽었을 때가 더욱 좋은 책이다. 다시 읽으면 읽을 수록 전에는 보지 못하고 빠트렸던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보여준다.(나는 그래서 마쯔이 다다시의 팬이 됐다.)

그림책, 또는 그림책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고 싶으면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읽어나간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어린이에게 읽어주세요. 다시 말하면,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의 세계를 즐겨 보지 않으면, 그림책을 이해하거나 어린이에게 있어서 그림책이란 무엇인가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 우선 어린이와 관련짓지 말고 한 사람의 인간,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읽어보십시오. 그림책은 어른이 읽어도 감동하고 즐겁고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만의 책이라는 의식이 날아가 버리고 그 내용의 훌륭한 점에 압도당할지 모르지요. … 가운데 줄임 …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십시오. 또 어린이에게 직접 읽어주세요. 당신의 감동을 담아서 읽어주면, 이상하게도 아이들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집니다. 당연한 결과라고도 하겠으나, 읽어주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은 듣는 어린이도 좋아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읽는 이와 듣는 이의 소중한 마음의 교류가 있습니다.(98-99쪽)

어른들이 그림책을 봐야 하는 까닭,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마쯔이 다다시의 생각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책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림책 외의 다른 책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린이 책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라면 언제나 기억하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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