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9.24.
어린이와 책
가끔 대형서점엘 나가보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와서 책을 고르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모습이다. 궁금한 마음에 늘 어떤 책을 고르는지 유심히 본다. 때론 괜히 이들이 책을 고르는 쪽에 가서 넌지시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고르는 책이 어떤 책인지 살펴본다. 그런데 고르는 책의 대부분이 역사책이거나 고전시리즈거나 위인전이다. 동화책이 가득 꽂힌 서가 쪽엔 아이들만 있고 어른들은 눈에 띄질 않는다.
괜히 속상해진다. `책'하면 바로 `공부'랑 연결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구나 싶다. 그러니 엄마들 탓만을 할 순 없다. 엄마들이야 아이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그러려면 아이들한테 `책'을 읽혀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 고민 끝에 책을 골라주고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이런 책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까?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아마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있고, 어떤 힘든 일이 닥쳤을 때 힘을 주는 건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읽었던 동화일 경우가 많다. 때론 아주 짧은 동시 한편이기도 하고. 꼭 그 작품을 잘 기억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아이들의 삶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좋은 작품들은 아이들 경험의 세계를 확대시켜 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은 문학 작품을 읽는다고 지금 당장 아이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일단 아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온 작품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와 아이들이 다시 한번 그 작품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내 문제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하지만 지식만을 강조하는 책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저 그것뿐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책을 줄 땐 먼저 `공부'라는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면 좋겠다. 그리고 때때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 아이한테 책을 읽히는지 말이다.
'이것저것 > 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은 무조건 많이 읽으면 좋을까? (0) | 2021.06.04 |
---|---|
독서지도의 참뜻 (0) | 2021.06.04 |
세계명작 시리즈는 필독서일까? (0) | 2021.06.04 |
그 책 어디서 살 수 있어요? (0) | 2021.06.04 |
책읽기와 독서감상문 (0) | 2021.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