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1.12.
세계명작 시리즈는 필독서일까?
요즘엔 정말 많은 어린이책이 쏟아져 나온다. 때론 쏟아져 나오는 책들의 위력에 혼란스럽기도 한다. 외국의 유명작가의 작품은 웬만큼 다 들어온 듯싶고, 우리나라 작가들 작품도 많아졌다. 아이들이 골라 볼 수 있는 책이 많다는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책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서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물러설 기색이 없는 책들이 있다. '세계명작'이란 타이틀이 붙은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동네서점에서는 더 큰 위세를 발휘하고 있고, 학교 도서관에서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부모들은 세계명작이란 타이틀 앞에 괜히 주눅들기 일쑤다. 세계명작을 안 읽으면 왜지 꼭 읽어야 할 책을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책이 귀했던 시절, 부모들이 어렸을 때 읽을 수 있던 가장 좋은 책은 '세계명작'이란 타이틀의 수십권짜리 전집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들을 보고 울고, 웃고, 감동을 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세계명작을 꼭, 그것도 되도록 빨리 읽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들은 물론 유치원 아이들도 세계명작을 읽는다.
그런데, 그 세계명작이란 게 과연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책들이 진짜 좋은 책일까 하는 의문을 뒤로 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보는 세계명작은 대부분 줄거리 요약의 다이제스트판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파우스트> <전쟁과 평화> <좌와 벌> <노인과 바다> 같은 책들도 쉽게 읽어낸다. 어른들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책들을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부모가 보기엔 그 모습이 좋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줄거리를 안다고 그 작품을 아는 건 아니다. 줄거리 위주의 세계명작을 아이들한테 주는 건, 어른들이 자기한테도 큰 옷을 줄여서 아이들한테 억지로 입혀놓고 좋아하는 것과 같다. 만약 아이한테 세계명작만을 던져주고 안심하고 있다면 그건 어른들의 책임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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