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0.29.
그 책 어디서 살 수 있어요?
학교 앞 문방구는 언제나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문방구 앞에 설치된 조그만 오락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오락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 문방구에서 파는 매니큐어 같은 화장품을 정신 없이 고르는 아이들…. 언제부턴지 문방구는 원래 문방구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덕분에 문방구는 아이들과 무척 친근하다. 문방구는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사기 위한 곳을 넘어 아이들에게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문방구에서 책을 사기도 한다. 문방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해리 포터>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책들이나, 학교에서 숙제로 읽어와야 하는 책들을 팔기도 한다. 일반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잡지나 아주 작은 책모양의 디지몬 사전류를 파는 곳도 문방구다.
그런데 학교 앞, 아니 동네를 아무리 살펴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좋은 책을 파는 서점은 눈에 띄질 않는다. 간혹 눈에 띄는 조그만 동네 서점들에는 아이들이 골라 읽을 만한 책들이 너무 적고, 그나마 좋은 책들을 고르기가 어렵다. 대신 눈에 자주 띄는 건 책 대여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여점에서 볼 수 있는 건 베스트셀러나 만화책들뿐이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책을 소개해 주면 늘 묻곤 한다. “그 책 어디서 살 수 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답답해질 때가 많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 줘도 아이들이 쉽게 책을 사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대형 서점은 멀고, 어린이 전문서점은 동네마다 다 있는 것도 아닌데다, 대개는 경영난 때문에 변두리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론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이 책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여겨진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며 가며, 심심할 때면 `뭐 재미있는 책 없을까?' 하는 설렘으로 가서 책을 고를 수 있는 곳, 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 사이에서 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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