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책읽기와 독서감상문

by 오른발왼발 2021. 6. 4.
728x90

2001. 10.15.

 

책읽기와 독서감상문


가끔 아이들이 쓴 독서감상문을 읽다 보면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 써놓고 마지막에 '즐거운 하루였다'라든가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반성으로 일기를 마무리하는 것과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독서감상문에는 앞에 이 책을 왜 읽게 되었는지가 한두 줄 더 들어간다는 차이 정도다.

반성문 같은 일기도 문제지만 천편일률적인 독서감상문도 문제다. 그래도 요즘엔 이런 독서감상문이 아니라 독서후 활동으로 그림도 그리고 작가나 주인공들에게 편지를 써보기도 하지만 그건 역시 부분일 뿐이다. 처음 한두 줄은 책을 읽게 된 동기, 다음엔 줄거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낌, 이렇게 쓰는 게 독서감상문의 정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독서감상문을 쓰다 보면 줄거리 위주로 쓸 수밖에 없고, 마지막엔 '재밌었다' '많은 걸 배웠다' '본받아야겠다'는 식으로 끝나고 만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의례적으로 쓰는 글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독서감상문을 꼭 써야만 할까? 나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책에서 뭔가 느끼고 배울 수 있으려면 독서감상문에서 좀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뭔가 꼭 해야만 한다면 그건 책읽기에 심각한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건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그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지지 않는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전체 줄거리를 잘 정리해내지 못하더라도 한 부분에서 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느낌은 아이의 생활이나 생각과 늘 관련이 있다. 아이는 그 부분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둔다. 그런데 줄거리 위주의 독서감상문만을 쓰게 하면 책은 아이의 생활과 멀어진다. 혹시 아이들이 책과 멀어진 까닭이 이런 독서감상문 때문은 아니었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