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발표하는 통계가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일년 동안 평균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 하는 거다. 수치는 조금씩 바뀌지만 그 내용은 늘 같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 사람들과 견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거다. 덕분에 우린 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후진국 국민이 되고 만다.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책은 무조건 많이 읽어내야 한다는 강박증이 느껴진다. 책을 몇 권 읽어낸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수십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몇 권의 책을 읽는 게 더 의미 있는 때는 없을까?
난 책읽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 하는 걸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내야 한다는 강박증이 책을 더욱 부담스럽게 하고 오히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학교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이들한테 책을 많이 읽히려고 `독서록 시상'이나 `독서 퀴즈 대회' `독서왕 선발대회' 같은 걸 하곤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책읽기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독서록의 평가 기준은 얼마나 많은 책을 봤는가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저 권수를 늘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단편 모음에 있는 동화를 따로따로 적어 넣거나 무조건 쉬운 책만 보기도 한다. 책을 제대로 읽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듯 싶은 `독서 퀴즈대회'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퀴즈대회'를 위해서 아이들은 마치 시험 공부하듯 책을 본다. 때론 `독서 퀴즈대회' 대비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책과 단 둘이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얻을 수 있는 값진 진실에서 멀어진다. 재미있는 책과의 만남은 사라지고 책은 `읽어 치워야 할 대상' `마음이 아닌 머리로 뭔가 알아내야 할 대상'으로 밀려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건 몇 권을 읽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 만큼 마음으로 읽었는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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