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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by 오른발왼발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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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5. 26.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텔레비전 광고 이야기 하나 할게요. 아마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주말의 명화를 할 시간이 되자 신혼부부가 갑자기 전자제품 대리점 앞에 가서 영화를 봐요. 디지털 텔레비전을 사야했다면서요. 그런데 이 부부가 집을 나가기 전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아세요 남자는 윗몸 일으키기, 여자는 다림질!
제가 여자이기 때문일까요 가만 보니 어디서나 비슷해요. 여자들은 집안 일이든 뭐든 뭔가 늘 일을 하고 있고, 남자들은 쉬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 엄마한테는 늘 음식 냄새가 나고 아빠한테는 늘 책 냄새가 나죠.
제가 이런 불만을 터트리면 “이게 현실이지 않으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맞아요. 현실이죠. 하지만 때론 이게 현실이라고, 그냥 그대로만 보여주는 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모습만 계속 보다 보면 이런 모습만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거든요.
이번엔 어린이 책을 살펴봐요. 텔레비전과 견주며 보니 그래도 역시 어린이 책은 형편이 좀 나은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보여요.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추천해주는 책들 가운데도 여자는 늘 집안 일에만 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인 <솔이의 추석 이야기>에서도 보이죠. 추석날 온 가족이 다 모여 명절 준비에 한창이죠. 그런데 가만 보니 여자들은 빠짐없이 일을 하는데 남자들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바둑도 두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해요. 차례를 지낼 때도 여자들은 방안에도 못 들어가고 일만 해요. 휴∼. 맞아요. 추석 같은 명절에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에요. 이 책은 우리 모습을 아주 잘 잡아냈고요.
아쉬움이라면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예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새로운 가치관을 보여주는 거죠. 일도 함께 나눠하고, 차례도 함께 지내고….
현실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더 필요한 게 아닐까 여겨져요. 책을 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새로운 삶의 모습을 깨닫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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