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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동화책 속의 할머니

by 오른발왼발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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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9.

 

동화책 속의 할머니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우리 옛 노래에서 보이듯이 구부정한 허리는 할머니들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구부정한 허리, 쪼글쪼글한 얼굴에 머리를 쪽찐 할머니들이 참 많았다. 물론 이런 모습의 할머니들만 계셨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젊어서부터 고생만 하며 살아온 흔적은 할머니들의 허리에, 얼굴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 할머니 하면 으레 구부정한 허리와 쪼글쪼글한 얼굴, 쪽찐 머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할머니들의 모습은 참 많이 변했다. 일단 겉모습만 봐도 그렇다. 요즘엔 머리를 쪽찐 할머니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생이야 늘 하지만 환경이나 영양 상태 같은 조건들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허리가 굽거나 얼굴에 쪼글쪼글 주름이 진 할머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할머니들의 겉모습만 변한 게 아니다. 할머니들은 이제 자식들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지 않는다. 할머니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할까
세월이 수십 년 지나는 동안 모든 게 변했다. 이렇게 할머니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지금 10살이 채 안 된 아이들이 떠올리는 할머니 모습은 어른들이 떠올리는 할머니의 모습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화책에 나오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변하질 않는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거나, 아직 채 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아이의 할머니도 수십 년 전,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다.
가끔 책을 보면서 주인공 아이와 할머니 나이를 계산해 보게 된다. 아이들이 과연 이런 책들을 보면서 자기 할머니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물론 지금 아이들도 이런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할머니는 아니다.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가 그릴 수 있는 할머니의 모습일 뿐이다.
요즘 아이와 옛날 할머니가 아닌 요즘 할머니와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책을 만드는 분들은 제발 할머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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