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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어린이 책 삽화

by 오른발왼발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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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7. 7.

 

어린이 책 삽화


요즘 어린이 책에서 일러스트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예전엔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과 관련된 그림을 한 두장 그려 넣는 식의 삽화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거의 모든 책에서 일러스트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지식 책이나 저학년 책에서는 일러스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독자의 시선을 먼저 잡아끌곤 한다.
일러스트는 삽화와는 달리 그림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보는 이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거라 할 수 있다. 그건 글의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글이 갖고 있는 상징을 은유적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글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러스트가 강화되는 것은 일단 책의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채우고자 하는 출판사의 의지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끔은 일러스트가 오히려 책을 보는 데 방해를 할 때가 있다. 책의 내용과 뭔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고, 독자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으므로 일단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어린이 책의 일러스트에서 나타나는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정보를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정보 전달은 일러스트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채 그려지는 일러스트로 책을 읽는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이들이 책에서 옛날 부뚜막을 본다면 단순히 부뚜막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마는 게 아니다. 부뚜막의 모습, 기능, 구조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부뚜막 따로, 방 따로인 식으로 서로 단절된 형태로 그려지는 경우를 본다. 아이는 부뚜막의 모습은 확인할 수 있지만 ‘부뚜막이란 이렇게 생긴 것’이라는 단순 지식 이상은 갖지 못한다. 이렇게 알게 된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책의 내용과 독자가 서로 살아서 만날 수 있는 길, 그 가운데 일러스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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