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7. 21.
책이 교과서와 다른 이유
언젠가 유치원 아이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책을 좋아하냐고, 또 책은 왜 읽느냐고. 그랬더니 아이들은 너나없이 다들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을 안 읽으면 바보가 된다고 목청껏 외친다.
책을 안 읽으면 바보가 된다고 조금은 뜨악한 마음에 아이들을 바라보니, 아이들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라고.
한번은 서점에서 엄마와 6~7살쯤 된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엄마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어린 아이가 왜 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앉아서 책을 읽어줬다.
처음엔 조금 산만한 듯하던 아이는 금방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한 권을 다 읽자 더 읽어달라고 했다. 엄마는 의외라는 듯한 눈길로 쳐다봤고, 아이는 엄마한테 책이 재미있다며 함께 읽은 책을 사 달라고 졸랐다. 그러자 엄마는 “그 책은 여기서 읽었는데 왜 또 사! 사려면 다른 책을 사!” 하고 말한다. 아이는 조금 실망한 듯하면서도 뿌듯한 표정으로 나갔다.
이번엔 초등학교 4학년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가 하는 말, “책 너무 재미없어요. 우리 반에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3~4명뿐이고 다른 아이들도 다 싫어해요.”
세 가지 상황 모두가 나에게는 당황스럽다. 책이란 읽는 자체로 즐거워야 한다는 내 생각과는 완전히 어긋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긋나게 되는 그 지점에는 어른들의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란 공부를 위해서, 어떤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보는 것이고, 그래서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삶의 즐거움도 얻을 수 있는 것이란 편견 말이다.
뭔가 거꾸로 된 것만 같다. 책을 즐겁게 읽는 가운데 어떤 걸 얻기보다는 뭔가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담 책이랑 교과서가 뭐가 다를까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없게 만드는 것, 바로 책을 지나치게 떠받드는 어른들의 편견 탓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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