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화를 만나고 싶다고요?
누구나 다 친한 친구들이 있게 마련이죠. 친한 친구끼리는 마음이 잘 맞아요. 척하면 다 통하죠. 그런데 친한 친구들끼리 척하면 통하는 게,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죠. 어떤 일은 같은 반 친구들이라면 다 통할 때가 있어요. 물론 그건 다른 반 친구들은 알 수 없는 일이죠. 이런 일은 친구들 사이에서만 있는 건 아니에요. 월드컵 때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도 소리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잖아요. 서로 알지는 못해도 축구라는, 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때로는 서로가 같다고 느끼고, 또 때로는 서로가 다르다고 느끼게 되는 건 왜일까요? 저는 바로 ‘문화’ 때문이 아닐까 여겨요. ‘문화’ 하면 괜히 굉장히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학교에서 배우는 ‘우리 나라 문화’ ‘세계 문화’ 같은 추상적인 말이 떠오르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문화란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에요. 범위는 굉장히 넓지만 말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활동들이 다 문화니까요. 그래서 문화란 말이 붙는 곳도 참 많지요. 책 문화, 정보 문화, 문화 생활……. 그리고 놀이 문화까지 말이죠.
요즈음에는 ‘세계 문화’ 라는 말도 참 많이 들어요. 세계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겠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낯설기만 했던 곳이 지금은 동네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교통 통신의 발달 덕분에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바로바로 알 수 있게 되어서이지요. 그래요. 친구들끼리도 서로를 알면 알수록 더욱 친해지는 것처럼 다른 나라의 문화도 알면 알수록 더욱 친해질 수 있답니다. 여기서 안다는 건 머리로만 알고 있다는 게 아니죠. 상대를 이해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거지요. 자, 이제 세계 지도를 쫙 펼쳐 놔 보세요. 가 보고 싶거나, 알고 싶은 나라가 있나요? 세계 문화를 여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답니다. 준비됐으면 이제 출발해 볼까요?
먼저 『호야와 곰곰이의 세계지도 여행』(야노쉬 글, 그림/오석훈 옮김/계림북스쿨/절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짧으면서도 필요한 건 다 갖추고 있어요. 지구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서 시작해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세계 여행을 하지요. 유럽, 아프리카, 인도,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남아메리카까지요. 저는 야노쉬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 책도 역시 마음에 들었어요. 흔히 외국 책에서 보이는 것처럼 백인 중심의 설명이 아니라 사실을 바르게 이야기해 주고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데는 그 나라의 옛날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좋지요. 옛날 이야기 속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유니콘과 신비한 동물들』(마가렛 마요 글/제인 레이 그림/문우일 옮김/국민서관/절판)은 세계 여러 나라 옛이야기에 나오는 동물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에요.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 유니콘, 천둥새, 용, 태양의 새라 불리는 피닉스 이야기들이 있어요.『해리포터』같은 책에도 이상한 동물들이 나오잖아요. 그런 동물들이 그 책에 괜히 등장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또 『문화를 품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수잔 밀로드 글,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바다출판사/절판)도 좋지요. 나라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맛을 주는 건 옛날 이야기가 그 나라만의 문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이처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각 나라의 옛이야기를 볼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 나라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함께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활동이 소개되어 있지요.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김아리 글/정수영 그림/아이세움)과 『음식을 바꾼 문화 세계를 바꾼 음식』(김아리 글/정수연 그림/아이세움)은 아주 재미있고도 특별한 책이지요. 우리가 늘 먹는 음식 이야기만으로 우리 나라,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 줍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이지만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음식을 바꾼 문화 세계를 바꾼 음식』에서는 세계 음식 문화 속에 담긴 세계사적인 의미까지도 담고 있어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문화란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그 의미가 더욱 커지는 법이지요. 그런 점에서 전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에즈라 잭 키츠, 팻 셰어 글,그림/김경태 옮김/베틀북/절판)를 참 재미있게 봤답니다. 스페인 말을 쓰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뉴욕으로 이사 온 후아니토라는 아이가 잃어버린 개를 찾아다니는 이야기지요.
차이나타운에 사는 중국인 남매, 작은 이탈리아에 사는 안젤로, 파크 애비뉴에 사는 쌍둥이 자매, 할렘가에 사는 흑인 형제가 후아니토와 함께 개를 찾아 나서지요.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런 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아요. 친구를 도와 주겠다는 마음이 열려 있다면 의사소통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세계 문화를 보는 눈도 이래야 한다고 여겨져요. 열린 마음을 갖는 거죠. 그럼 세계는 어느새 우리들 곁에 와 있을 거예요.
이 글은 웹진 '열린 어린이' 2002년 10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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