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무얼 할까?》(티나 오지에비츠 글/알렉산드라 자욘츠 그림/비룡소)
《악어 형사의 감정 탐구 생활》(수산나 이세른 글/모니카 카레테로 그림/찰리북)
우리 안에는 아주 많은 감정이 있어요. 우리가 살면서 울고 웃고 하는 것은 바로 이 감정이 있기 때문이지요. 감정은 늘 우리와 함께 하지요.
그러다 보니 때로는 감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잘 살피지 못하면 인간관계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늘 화가 나거나 혹은 늘 우울하거나 하는 식으로 한 가지 감정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어요.
감정에 관한 책 두 권을 읽었어요. 똑같이 감정을 다루고 있지만, 다루는 방식은 전혀 달라요.
먼저 《감정은 무얼 할까?》(비룡소)를 살펴볼게요.
이 책에서는 31가지의 감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호기심, 즐거움, 감사, 두려움, 상상력,
평온, 질투, 열등감, 자유, 반가움,
연민, 수치심, 자존심, 용기, 행복,
참을성, 슬픔, 신뢰, 불안, 향수,
친절, 기쁨, 분노, 공포, 만족,
그리움, 희망, 외로움, 미움, 우정,
사랑.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들이에요. 하지만 만약 누군가
“자존심이 뭐야?”
“그리움이 뭐야?”
이렇게 묻는다면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감정을 적절한 비유로 단숨에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줘요.
즐거움은 트램펄린 위에서 뛰고 있고,
열등감은 철창을 만들고,
수치심은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두더지처럼 들어가 있고…….
한두 문장만으로 그 감정의 상태를 보여주지요.
여기에 글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그림을 빼놓을 수는 없어요.
섬세한 드로잉에 차분한 색상을 최소한 사용해 몰입도를 높여요.
그림을 가만 살펴보면 각각의 감정마다 모습이 달라요. 그리고 의인화된 각각의 감정들 모습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떠오르게 하지요.
이 책의 마지막은 이래요.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바로, 우리 안이야.
어쩌면 우리는 우리 안의 이런 감정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닐까 싶어요. 몇몇 커져 버린 감정에 휘둘려 미처 돌보지 못한 감정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읽다 보면 내 안의 여러 감정이 떠올라요. 그동안 살아왔던 내 삶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 해요. 감정을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이 논픽션이 아니라 그냥 그림책으로 분류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참, 제가 봤던 책은 2021년 8월에 나온 1쇄였는데, 이 책은 질투가 미움으로 잘못 나와 있어요. 그래서 미움이 두 번이나 등장하지요. 2쇄는 수정이 되어 있어요. 혹시 1쇄를 보시는 분들은 확인해 주세요.
《악어 형사의 감정 탐구 생활》(찰리북)은 ‘기쁨부터 화까지 10가지 감정사용법’이란 부제가 달려 있어요.
이 책을 쓴 수산나 아세른은 심리학자에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심리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감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줘요.
우리는 흔히 감정이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곤 해요. 그런데 작가는 감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우리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요. 감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우리를 골탕 먹일 때도 있기 때문이에요. 상황을 잘못 파악하게 되면 감정이 오작동하기도 하고, 감정이 지나치게 강렬하거나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요.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악어 형사예요. 악어 형사는 감정 전문가지요.
하지만 어릴 적 악어는 날마다 울기만 하는 울보였대요. 악어는 자신이 왜 우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왜 우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악어는 감정에 관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가 됐다고 해요.
저는 악어가 이렇게 감정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대목이 좋았어요. 감정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질문하고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태도니까요.
감정 전문가가 된 악어는 숲속 동물들의 감정을 늘 관찰하며 그들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줘요. 감정을 나타내는 중요한 단서들을 근거로 감정측정기를 기준으로 어떤 감정의 몇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말이에요. 감정측정기에 있는 감정은 기쁨, 슬픔, 화, 부러움, 질투, 사랑, 역겨움, 부끄러움, 놀람, 무서움으로 모두 열 가지에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들이지요.
악어 형사의 10가지 사건 파일은 에피소드와 함께 각각의 감정이 나타났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 그리고 그 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지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그 감정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감정 전문가인 악어 형사라 해도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모를 때도 있어요. 그만큼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겠죠?
이 책은 기쁨이나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슬픔, 화, 역겨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려줘요. 그래서 열 가지 감정들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지요. 우리가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고, 그래야 감정에 맞게 행동도 할 수 있고, 또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니까 말이에요.
그러니 어떤 감정이 지나치게 생겼다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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