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골라 주세요
동아일보 2006. 12. 23.
겉모습 때문에 앓지마
“엄마, 나 어때? S라인 같아?”
이제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툭하면 하는 말입니다.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요즘엔 씁쓸하기만 합니다. 1학년짜리 아이가 S라인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만큼 사회가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죠.
물론 외모에 대한 관심은 언제 어디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외모만 받쳐주면 다른 건 좀 부족해도 용서(?)해 줄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선도해 나가는 건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입니다. 건강이니 뭐니 하며 온갖 수식어를 붙이지만 결국엔 외모 자체에만 주목을 하게끔 만듭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살을 못 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거나, 혹은 외모를 가꾸지 않는 건 자신을 가꾸지 않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혹은 입사를 위해서 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성형에 대해 보도를 하는 식으로요.
어떤 부모님께서는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에게 너무나 쉽게 “나중에 고치면 되지 뭐.”하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나중에 외모를 고친다고 해도 그동안 아이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따라서 외모를 고치기에 앞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줘야겠지요.
<유명이와 무명이>(바람의아이들)에 나오는 유명이는 얼굴 한쪽에 커다란 얼룩점이 있어서 머리로 한쪽 얼굴을 가리고 다닙니다. 이런 유명이를 향해 무명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룩이라 부릅니다. 무명이는 얼룩이란 말이 유명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둘을 화해하게 만드는 건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입니다. 나중에 유명이는 유명한 수의사가 됐다고 하는데, 언젠가 얼룩점 제거 수슬을 권유받자 얼룩점이 없어지면 동물 친구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아마 유명이는 자신을 괴롭히던 얼룩점마저도 자신의 일부로 당당히 받아들인 듯 합니다.
<피양랭면집 명옥이>(웅진주니어)에는 심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어 닭살이라 놀림을 받는 힘찬이가 나옵니다. 그런 힘찬이를 이해해주는 건 북한에서 온 명옥이죠.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마치 유명이와 무명이처럼 보입니다.
<어디, 뚱보 맛 좀 볼래?>(비룡소)는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던 아이 앙리가 자신의 뚱뚱한 몸 그대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삼촌과 가족의 힘이 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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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달걀>(샘터)과 <까망머리 주디>(푸른책들) 그리고 <너, 누구 닮았니?>(비룡소)에는 인종 차이에서 오는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까만 달걀’에는 이 땅에서 혼혈로 태어난 아이들이, ‘까망머리 주디’에는 미국에 입양간 주디가, ‘너, 누구 닮았니?’에는 프랑스에 입양된 베트남 아이가 나오죠. 앞의 책들과 좀 다른듯 싶기도 하지만 결국 내면이 아니라 겉모습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죠. 해결 방법 또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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