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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10년 4월] 한국 여성사 편지

by 오른발왼발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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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여성들

 

 

 

몇 년 전의 일이에요. 오랜만에 어느 대학교에 갈 일이 생겼어요. 마침 선거철이었지요. 총학생회장 후보에 오른 학생들의 포스터가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여학생들의 이름이 어딘가 좀 이상했어요. 보통은 성과 이름을 합쳐서 세 글자인데, 여학생들의 이름이 대부분 네 글자인 거예요. 이유는 ‘성(性)’ 때문이었지요. 아버지 성 뒤에 어머니 성을 덧붙인 거예요. 예를 들어 저희 어머니는 성이 ‘김 씨’거든요. 그럼 이름을 ‘오김진원’이라고 쓰는 거지요. 아버지만의 자식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 공동의 자식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저는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까지 아버지 성만 따르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거든요. 물론 무조건 아버지 어머니 성을 모두 써야 한다고 주장할 수만은 없겠지요.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희 아이는 아빠 성 두 개에 엄마 성 두 개를 합쳐 성이 무려 네 글자, ‘이강오임’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 일은 저에게 여성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여성은 이름에서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늘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역사책을 봐도 여성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늘 뒷전에 있을 뿐이지요.

책장 넘기기

 

『한국 여성사 편지』(이임하 글/조승연 그림/책과함께어린이)는 제목만 보고도 무척 반가운 책이었어요. 역사 속에서 늘 남성 뒤에 가려 있던 우리나라 여성들의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여성들이 농사를 짓고, 토기를 만들고, 천도 짜며 생활하던 선사시대는 여성이 중심인 모계 사회였다고 해요. 모계 사회란 지금 우리가 아버지 성을 따르는 것처럼, 어머니 쪽 핏줄을 따르는 사회를 말해요.
이런 모계 사회의 전통 때문인지, 신화에도 여성이 많이 등장해요. 세상을 만들었다는 마고할미, 출산의 신인 당금애기, 곡물 신인 자청비 모두 여자인데다, 산신령 가운데도 여성들이 많아요. 그리스 신화에도 여신들이 많지만, 우리의 여신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 중심이지만, 우리나라의 여신들은 모두 독자적인 모습을 보인답니다.
그래서인지 먼 옛날 우리 여성들은 나라를 세우는 데도 큰 공을 세웠어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어머니 유화. 유화는 주몽에게 좋은 말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그 덕분에 주몽이 목숨을 구하고 고구려를 세울 수 있었어요. 유하는 자신이 준 씨앗을 주몽이 깜박 잊고 떠나자 비둘기를 통해 보내 주기도 했지요. 씨앗은 사람이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풍요로움의 상징이기도 행요. 그래서 유화는 고구려 사람들에게 곡물의 신이자 수호신으로 여겨졌지요.
한편 소서노는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여성이에요. 졸본 왕의 딸이었던 소서노는 주몽과 결혼한 뒤 주몽이 고구려를 세울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두 아들 비류, 온조가 백제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고요? 사실 옛날 여성들도 지금만큼이나 당당하게 자기의 뜻을 펼쳐 나갔답니다.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남자가 여자에게 장가를 드는 풍습이 있었어요. 아들딸 구별 없이 재산을 골고루 나누어 주고, 제사도 형제자매가 돌아가면서 지냈지요. 
그러나 조선 시대에 이르러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 제도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여성은 가정의 울타리에 갇혀 지내야만 했지요.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간 여성들이 있었어요.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알고 있는 의녀 장금이도, 기녀 황진이도, 상인 김만덕도 바로 그런 여성들이었지요.
또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발 벗고 나선 여성들도 많았어요.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을 당시, 독립운동을 한 여성 하면 유관순만을 떠올리곤 하지요? 하지만 유관순 말고도 윤희순, 정정화, 이화림, 안경신 등 많은 여성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여성들은 어려울수록 더 큰 힘을 내는 것 같아요. 전쟁 속에서도 야무지게 가정을 꾸려 나가고, 아이들을 키워 냈지요. 여성에 대한 차별에 맞서 씩씩하게 싸워 나가기도 했고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선생님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여성이기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니라, 더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아니, 남성과 여성을 떠나 누구라도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자신의 뜻을 펼치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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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세상을 바꾸다 – 세계 편』(유영소 글/원유미 그림/교학사)

아나타 로딕, 왕가리 마타이, 마리아 몬테소리,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리고베르타 멘추 툼, 카미유 클로델. 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갖은 시련을 이겨 낸 용기 있는 여성들이에요.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나간 여성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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