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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10년 6월] 나는야, 늙은 5학년

by 오른발왼발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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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 모두 같은 사람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에요. 그런데 이 호국 보훈의 달이 그리 반갑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이유는 간단하답니다. 귀찮은 일이 참 많거든요. 호국 보훈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도 해야 하고, 표어도 만들어야 하고, 포스터도 그려야 하니까요. 선생님이 어릴 때는 더했답니다. 글짓기나 포스터 그리기는 기본이고, 귀순 간첩 강연회는 물론 웅변대회에도 다녀야 했지요.
선생님은 이런 일들이 너무 귀찮고 힘든 나머지 북한이 정말 미웠어요. 북한을 적이라고만 배웠던 탓도 있겠지만, 북한만 아니면 이런 일들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컸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나쁜 나라가 북한이라고 생각했지요. 우리를 침략했던 일본은 용서할 수 있어도, 북한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는걸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 밉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와 뿌리가 같은 한민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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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늙은 5학년』(조경숙 글/비룡소)은 탈북 소년의 이야기예요. 아마 옛날이라면 이렇게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왔다는 이유만으로 간첩이라는 의심을 받았을지도 몰라요. 북한 우표 한 장만 갖고 있어도 큰 죄로 붙잡혀 가기도 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어요. 그들을 통해서 우리는 심각한 식량 부족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 죽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알게 됐지요. 그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중국 땅으로 탈출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 가운데 일부는 남한으로 올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에서 숨어 지내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요. 그러면서 우리 마음속에 북한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한구석에 남아 있던 미움도 녹아내리고 있지요.
이 책에 나오는 탈북 소년 명우는 운 좋게도 무사히 남한으로 넘어올 수 있었어요. 여기엔 명우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지내다 남한까지 오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진 않아요. 다만 중간중간 그 힘든 여정을 느낄 수 있지요. 그 대신 이 책에는 명우가 우리나라에 와서 적응해 가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어요.
명우는 15살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으로 학교에 들어가요. 오랫동안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명우를 15살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나이만 15살이지, 키는 130cm에 몸무게는 27kg밖에 나가지 않으니까요. 너무 오랫동안 잘 먹질 못해서 성장판의 활동이 멈춰 버렸기 때문이래요.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처음, 명우에게 남한은 천국 같았어요.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형이 버는 돈만으로도 맘껏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명우는 혼란스러워요. 특히 영어를 배우는 일은 무척 힘들지요. 왜 남의 나라 말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지도 의아스럽고요. 게다가 김일성이 했다고 알고 있던 일들이 사실은 세종 대왕 · 유관순 · 김구가 한 것이라니, 사회 시간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지요. 
명우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는 일은 또 있어요. 남한의 집은 다 번듯하고 좋은 줄 알았는데, 어떤 동네에는 초라한 집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어요. 짝꿍 은지의 부탁으로 은지가 기르던 개를 묻어줄 때는, ‘남조선(남한) 개만도 못한 북쪽 사람들의 처지’가 떠오르기도 한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북한에서 명우 아버지는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거적에 둘둘 싸여 마을 뒷산에 묻혔지요. 그런데 은지가 기르던 개는 좋은 천에 싸여 자기가 좋아하던 장난감과 함께 땅에 묻혔어요. 두 죽음을 비교하자, 명우는 진짜 개죽음은 은지네 개의 죽음이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왠지 분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명우가 남한에 와서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명우와 같은 탈북자들에게 무관심한 우리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해요. 낯선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꿋꿋하게 일어서려는 명우의 모습 또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지요.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명우와 만나게 될 지도 몰라요.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 더 이상 ‘탈북자’란 말이 따로 필요 없을 때가 올지도 모르지요. 사실 알고 보면 북한과 우리는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 한가족이에요.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원망을 할 수도 있지만, 또 가족이기 때문에 미운 감정이 한순간에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쪼록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함께 읽으면 좋아요!

 

『밥데기 죽데기』(권정생 글/바오로딸)

사람들의 총에 남편과 자식들을 잃고 사람으로 둔갑해 오십 년을 살아온 늑대 할머니가 있어요. 늑대 할머니는 달걀 두 개로 두 아이를 만들어 ‘밥데기’와 ‘죽데기’란 이름을 붙여준 뒤 함께 원수를 갚으러 가지요. 하지만 복수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용서와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 궁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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