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후 - 책, 온몸으로 느끼기]
아이들은 몸으로 말한다
《쑥쑥 몸놀이》(엄혜숙 글/정순희 그림/다섯수레)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즐기는 놀이는 까꿍 놀이인 것 같아요. 아직 못도 못 가눠 누워 있을 때에도 눈을 마주치며 “까꿍!” 하며 놀아주면 반응을 보이곤 했어요.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되자 노는 방법은 아주 다양해졌어요. 까꿍 놀이도 상황에 맞게 여러 방법으로 즐겼죠. 몸을 숨겼다가 머리만 쑥 내밀고 “까꿍!” 하며 나타나기도 했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가 손을 떼면서 “까꿍!” 하기도 했어요.
때로는 약간의 도구를 사용하기도 했죠. 수건 같은 걸 가지고 얼굴을 가렸다 떼는 거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조금씩 조금씩 더 많은 놀이 방법을 찾아내곤 했어요.
중요한 건 아이들이 노는 데 특별히 장난감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아이들은 자기 몸만으로 놀 수 있는 걸 찾아내는 데 선수인 것 같아요. 까꿍 놀이 때 쓰는 수건처럼 가끔은 도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몸을 이용해 논답니다.
《쑥쑥 몸놀이》(엄혜숙 글/정순희 그림/다섯수레)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몸놀이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에요.
아이는 이 책을 언제 어디서나 활용했어요. 덕분에 가끔은 좀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답니다. 아이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이 책에 나오는 대로 동물 흉내 놀이를 즐기곤 했거든요. 오리 흉내를 내거나 할 때는 별문제가 없어요. 뒷짐을 지고 뒤뚱뒤뚱 걷는 시늉을 했을 뿐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거북이 흉내를 낼 때는 상황이 좀 심각해졌죠. 진짜 거북이처럼 엎드려서 엉금엉금 기곤 했으니까요. 고양이에 빠져들고 나서는 늘 자기가 고양이라며 기어 다니는 통에 아이 바지는 늘 닳아서 해지곤 했지요.
사람들의 눈길에 난감해지기도 했지만, 장난감이 없어도 자기 몸으로 표현하며 즐기는 모습이 좋아서 사람들이 오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두곤 했죠. 그래서일까요?
“우리 이거 몸으로 표현해 볼까?”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자주 나왔어요. ‘이거’는 노래일 때도 있었지만, 그냥 음악일 때도 있었고요, 혹은 기분일 때도 있었고, 특별한 상황이 될 때도 있었죠.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때 몸으로 풀어내고 나면 기분은 다시 좋아지곤 했어요. 역시 몸은 가장 원초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는 5학년인 지금도 가끔씩 몸으로 표현하는 걸 즐겨요. 밖에서는 안 하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여러 동물이 되기도 하고, 동요나 음악에 맞춰 몸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어려서부터 즐겨운 몸놀이가 아이 몸속에 배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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