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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위안을 주는 친구와 만나다

by 오른발왼발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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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위안을 주는 친구와 만나다

 

 

아이의 첫 번째 친구는 누리라는 아이였죠. 오줌싸개 누리(보리 기획 글/김환영 그림/보리/절판) 개똥이 그림책’(보리) 가운데 한 권이에요 어느 날 50권짜리 이 전집을 선물로 받았어요. 아이는 책을 전부 꺼내고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금방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어달라고 했어요.

 

누리는 오줌싸개에요.

이런, 또 오줌을 쌌군요.

 

아이는 기저귀를 떼긴 했지만 밤이면 가끔 실수를 하는 자신과 누리의 모습이 같다고 느꼈던 것 같았어요. 책을 다 읽어주자 혼자서 몇 번이고 펼쳐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자기 전에는 꼭 오줌을 누고 자야지?”

“물도 많이 마시면 안 되지? 오줌 싸이까.”

 

저는 잘됐다 싶은 마음에 한마다 덧붙이고 말았죠.

 

“그럼. 자기 전에는 오줌도 누고, 물도 많이 마시면 안 돼. 자다가도 오줌이 마려우면 벌떡 일어나서 누어야 해. 오줌을 싸면 이불을 빨아야 하는데 엄마가 너무 힘들잖아. 그렇지?”

 

책의 내용을 반복해 말한 것이긴 해도 말을 뱉는 순간 이건 아닌데…….’ 싶었어요. 책을 읽어주면서 가장 마음에 안 들어 했던 부분을 제 입으로 내뱉고 말았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는 굉장한 결심을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리고 밤에 오줌을 싸면 안 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변기에 앉아서 졸고, 아침에는 짜증을 부렸어요. 밤에 실수를 하는 일이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실수는 했어요.

한 달쯤 지났을 거예요. 이번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밤에야 실수라지만, 갑자기 낮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그냥 오줌을 누고는 이렇게 말했죠.

 

“내가 한 게 아니야. 누리가 눈 거야.”

“누리가 누라고 해서 눈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된다고 여겨서인지 모든 걸 누리 탓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정말 황당했어요. 책을 원망하기도 했고요. 몇 번인가 야단도 쳐 보았지요. 그런데 하루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나도 조금 크면 안 쌀 거야.”

 

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아이에게는 핑계 댈 친구도 필요하다는 것을요. 아이는 자기 말고도 밤에 오줌을 싸는 아이가 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되었을 거예요. 물론 밤에 오줌을 싸지 않으려면 누리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요. 만약 아이가 핑계댈 아이조차 찾지 못했다면 더 힘들었을 거예요. 결국 누리는 아이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첫 번째 친구였던 것이지요.

 

 

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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