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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아가야 울지마

by 오른발왼발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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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친구와의 관계를 배우다

 

30개월쯤 되자 아이의 친구 타령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겨울이라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으니 더 그랬을 거예요. 집 안에서 잘 놀다가도 갑자기,

 

“얘들아~ 놀~자~!”

 

하고 외쳤죠. 그뿐이 아니었어요.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곳에 가면 친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이즈음 빠져든 책이 아가야 울지 마(오호선 글/유승하 그림/길벗어린이)입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더니 자꾸자꾸 읽어달랬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한 장면을 보자 책장을 못 넘기게 하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여기 들어가고 싶어.”

 

글은 한 자도 없이, 펼침면 가득 초록빛 바다 속에서 아기랑 거북이랑 고양이랑 강아지랑 수탉이랑 게가 함께 노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조금은 장난스럽게 말했지요.

 

“그럼, 들어가!”

 

아이는 진짜로 머리를 책에 갖다 박았어요. 그러고는 눈에 눈물이 글썽해져서 말했죠.

 

“안 들어가져.”

 

아이는 그날 이 책을 더 이상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머리를 책에 갖다 박을 땐 웃음이 나왔지만 점점 마음이 아팠어요. 바다 속 장면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헤엄치며 놀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음 날부터 아이는 다시 이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장면이 나오면 이렇게 외쳤죠.

 

“잠깐, 넘기지 말고 기다려!”

 

아이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새어나왔어요. 한 번, 두 번. 이렇게 10초쯤 흐르고 나면 아이는 조금은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됐어. 이제 읽어 줘.”

 

같이 놀고 싶은데, 놀 수 없다는 것 또한 아이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대신 아이는 이 책을 보면서 새로운 놀이와 관계를 배워 갔습니다. 아기와 고양이가 그네를 타고 있고, 강아지가 비누 풍선을 부는 장면을 보고는 물었습니다.

 

“얘는 왜 그네를 같이 안 타?”

 

아마 같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서 함께 노는 게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강아지도 하고 비누 풍선을 불면서 함께 노는 거라고 말해주니 아이도 따라서 하며 비누 풍선 부는 흉내를 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했죠.

 

“아기하고 고양이하고 그네를 타는데, 강아지는 비누 풍선을 불어주는 거야. 같이 노는 거야. 그렇지?”

 

아이는 이렇게 여러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노는 것도 배워나갔죠. 아이에게 같이라는 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책을 볼 때마다 같이라는 말에 힘을 주고는 책 속 친구들의 놀이를 같이 하곤 했지요. 발바닥에 물감을 묻혀 찍기, 모래 장난……. 해보고 싶은 놀이도 점점 많아졌지요.

하루는 제가 괜히 심통을 부려보기도 했어요.

 

“야, 넌 왜 엄마랑은 안 놀아줘?”

 

잉잉 우는 척도 해봤죠. 아이는 저를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울지 마. 내가 놀아줄게.”

 

드디어 저도 아이와 친구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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