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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by 오른발왼발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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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책을 통해 여러 친구와 만나며
위안을 느끼고 사교성을 키운다.

그림책에서 친구를 만나다

 

아이는 커가면서 점점 친구가 필요해져요. 엄마가 아무리 잘 놀아줘도 또래 친구의 몫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아마 두 돌이 조금 지났을 때일 거예요. 어느 순간, 아이는 친구를 아주 절실하게 찾고 있었습니다.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또래 친구를 찾고 있던 거지요.

아이의 첫 번째 친구는 그림책에 있었지요. 아이는 책 속의 등장인물을 마치 자기랑 친한 친구 이야기를 하듯 말하기 시작했어요. 대개는 주인공을 친구로 삼았기 때문에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죠. 하지만 때로는 그냥 슬쩍 지나가는 인물인 경우도 있어서 눈치를 채지 못할 때도 많이 있었어요.

덕분에 저는 아이가 하는 말을 더 자세히 듣고, 아이가 말하는 책을 더 유심히 봐야 했습니다. 그래야 아이가 이야기 중간에 하는 말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는 그림책 속의 이야기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그림책 속의 그 친구가 자기랑 직접 놀아주지 못하는 걸 이해하기 힘들어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아이를 탓할 수는 없었죠. 어쩌면 그림책에서지만 친구를 만난 건 아이에겐 행운이었으니까요. 서서히 아이는 친구릉 한 명 한 명 사귀겠지요.

두 돌에서 세 돌 사이에, 우리 아이가 그림책에서 만난 친구들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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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친구와 만나다

 

33개월이 되자 아이는 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친구 타령을 하는 아이를 위해 이사를 감행했죠. 다섯 살 아이들과 한 반이 됐습니다.

아이는 한동안 흥분하곤 했죠. 유치원 가방을 메고 팔딱팔딱 뛰고, 가방을 재워준다고 가방을 메고는 자장자장 우리 가방, 잘도 잔다, 우리 가방하며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 안 자면 내일 유치원 못 간다!”

하면 얼른 눈을 감았어요. 아이는 유치원에 못 가게 될까 발을 동동 굴렀지요. 유치원은 친구들이 있는 곳이니까요. 집에서도 친구들 이야기만 했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대곤 했지요. 덕분에 저는 아이의 얼굴은 잘 몰라도 이름만은 확실하게 알게 됐고요.

갂므은 친구 때문에 괴롭기도 한 것 같았어요. 가끔 친구가 자기한테 박치기를 한다면서 유치원에 안 간다며 잠꼬대를 할 때도 있었으니까요. 아마 아이는 친구랑 직접 부대끼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겠죠.

유치원 친구 가운데는 누리나 영수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아이도 있고, 이슬이 같은 친구도 있는 것 같아요. 아이는 집에 오면 혼자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재현하곤 했지요. 그러니 아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유치원 생활을 저절로 알게 되었어요.

가끔 아이는 멍멍이가 되기도 했어요. 그냥 멍멍하고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멍멍이 흉내를 냈어요. 아이가 너무 피곤하거나 기분이 처져 있을 때 그랬죠. 도움이 필요하다는 표시인 거지요. 컹컹이처럼요. 그럼 저는 미끼가 돼요. 아이를 안아주거나 업어주면서 토닥토닥 두들겨주기도 하고 뽀뽀도 해주는 거지요. 아이의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지요.

 

아이에게 친구란?

 

아이에에 친구란 무엇일까요? 때로는 핑계를 댈 수도 있고, 때로는 자신을 대변해줄 수도 있고, 때로는 위로해 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함께 놀 수 있는 그런 존재일 거예요. 하지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니 아이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고요.

아이는 그 사실을 그림책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친구를 얼아나 애타게 찾고 있는지,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 나가려고 준비하는지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깨달았어요. 덕분에 아이가 또래 친구를 사귈 때쯤 저도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었지요.

아이가 자라나면서 친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졌죠. 아마도 친구랑 함께 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졌기 때문일 거예요. 예닐곱 살쯤 되자 친구끼리 약속을 정해 만나서 놀기도 했고, 친한 친구끼리 삼총사가 되기도 했어요.

또 아이만의 투명 친구를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아이는 집에서 혼자 졸 때도 누군가랑 이야기 나누면 신나게 놀곤 했지요. 누구랑 노느냐고 물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죠.

, 투명 친구랑.”

아이는 투명 친구랑 신나게 놀기도 했고, 달래주기도 했으며, 먹을 것이 있을 땐 나눠먹기도 했지요. 비록 아이만의 투명 친구지만 아이는 투명 친구와 아주 잘 지내는 것 같았어요. 친구 사이에서 갈등이 있을 땐 투명 친구랑 같은 상황을 연출해서 풀어버리기도 했고, 또 친구들이랑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해봤던 것을 해보기도 했고요. 어쩌면 투명 친구는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이자 아이 스스로 친구를 사귀는 연습을 하는 대상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투명 친구는 1학년 여름방학이 지나면서 아이랑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대신 그 자리에 진짜 친구들이 들어왔지요.

아이는 여전히 친구들 이야기가 실린 책을 열심히 봅니다. 친구야말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화두이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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