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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책읽기는 신나는 놀이처럼

by 오른발왼발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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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책읽기는 신나는 놀이처럼

 

책읽기와 놀이를 서로 다른 것으로 여기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 읽기와 놀이는 다르지 않다.
아이와 함께 놀이하듯 책을 읽어본다.


아이가 채 돌도 되지 않았던 때입니다. 당시 저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모임에 나가곤 했는데, 아이와 함께 모임에 나가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거든요. 다행히 회원들은 아이를 아주 예뻐해 주었어요. 뱃속에서부터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다녔으니 준회원이나 다름없다고 하면서요.

 

제가 아이랑 함께 가면 아이에게 예쁘다며 장난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어떤 사람이 장난을 걸면 아이가 금방 웃음을 짓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오기만 하면 까무러치듯이 울기부터 하는 거예요. 이상한 건 늘 같은 사람에게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처음엔 농담처럼 아기들도 취향이 있나?’하며 웃고 말았죠. 그러다 아이에게 장난을 거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게 됐지요. 그리고 해답을 찾았답니다.

 

아이를 잘 다루던 분은 아이가 원하는 걸 알고 있었지요. 그분은 아이한테 무작정 다가가지 않았어요. 먼저 아이랑 눈을 맞추고는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해서 아이에게 보여주었죠. 어느 순간 손을 아래로 내렸다 다시 올렸고요. 얼핏 보기엔 별것 아닌 듯 보였지만 아이는 마치 움직이는 장난감을 보는 것처럼 좋아했어요. 아이는 한바탕 놀이를 즐긴 셈이고, 그 놀이는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분이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는 것도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에게 다가갈수록 아이를 울리고야 말았던 사람과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면서 신뢰를 얻는냐, 어른 입장에서 아이가 예쁘다고 무작정 다가가느냐 하는 점 말이에요.

 

그랬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됐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게 참 중요하지요. 반드시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요. 말 못하는 어린 아이라도 먹여주는 사람과 함께 놀아주는 사람은 누구나 신뢰하죠.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건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며 돌봐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엄마랑은 놀이도 자주 해요. 하지만 아무리 엄마가 잘 놀아준다 해도 아빠가 해줄 몫이 있죠. 특히 온몸을 사용해서 노는 일은 아빠가 해주는 게 더 신나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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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는 계속된다

 

우리 아이는 앉아서 놀면서부터 까꿍놀이를 즐겼지요. 그 까꿍놀이는 열 살때까지도 계속됐어요. 처음엔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까꿍놀이를 했고, 벽을 짚고 설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문 앞에 서서 고개를 내밀며 까꿍놀이를 했지요. 아이가 크면서 까꿍놀이를 더 이상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 가끔씩 까꿍놀이를 다시 하곤 했어요. 저는 놀이에 나이 제한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가 까꿍놀이를 하면 상대방도 그 까꿍놀이를 받아줘야 하고, 그러다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도 까꿍놀이를 즐기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놀이를 만들어 내곤 해요.

 

아이가 네 살 때 아산 현충사에 간 적이 있어요. 들어가는 길목에서 아이는 나무막대기를 하나 주웠어요. 아이에게 나무막대기는 양산도 되고, 우산도 되고, 지팡이도 되고, 칼도 되고, 마술봉도 됐어요. 아이는 지팡이 하나로 이렇게 저렇게 용도를 바꿔가며 현충사를 도는 내내 신나게 놀았어요. 만약 나무막대기가 아니라 실물처럼 만들어진 장난감이었다면 이렇게 신나게 놀지 못했을 거예요. 이런 점에서 장난감 가게에서 사는 잘 만들어진 장난감보다는 나무 막대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용도를 바꿔가며 놀잇감이 되어주니까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놀이를 멈추지 않아요.

 

아이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놀이를 멈추는 일이 없었어요. 횡단보도에서는 흰 선만 밞으며 걷기, 보도블록의 특정한 색깔만 밟고 걷기처럼 약속을 정하고 그대로 걸어가는 놀이도 했고, 가을이면 길가의 낙엽이나 은행 줍기, 낙엽 안 밟고 지나가기 같은 놀이도 했지요. 또 여름에 더워지면 빨리 그늘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나무 그늘 속으로라는 놀이도 했어요. 나무 그늘을 중간 쉼터라 여기고 빨리 가는 놀이죠.

 

아이가 저랑 어딘가를 갈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종의 상황극이었어요. 아이가 붙인 놀이 이름은 오늘이 놀이마마님 놀이. ‘오늘이 놀이는 자기가 옛이야기 주인공 오늘이가 되어서 부모님을 찾아가는 거고요, ‘마마님 놀이는 자기가 몸종이 되어서 마마님을 돌보는 놀이에요. 저는 오늘이 부모가 되거나 마마님이 되곤 했죠. 아이가 이끄는 대로 한참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곤 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 이때인 것 같아요. 아이를 핑계로 아이랑 별의별 놀이를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그건 바로 놀이입니다.

 

흔히 책 읽기와 놀이는 서로 다른 것으로 여겨지곤 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 읽기와 놀이는 서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느새 책 읽기가 놀이로 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책 속에는 온갖 놀이가 가득해요. 아이는 밖에서 친구를 사귀며 놀기 전부터 책 속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를 흉내내며 즐기죠. 어른들이 보기엔 정말 지겨울 정도로 같은 놀이를 반복해요. 하지만 놀이란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재미가 더해지죠. 또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기도 하고요. 아이는 자기가 아는 놀이를 발견하면 반가움에, 몰랐던 놀이를 발견하면 새로움에, 그 놀이에 빠집니다.

 

때로는 책 전체의 내용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가 그 책 속에 있기 때문에 책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아니, 어쩌면 뭔가 배우기 위해 보는 책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보는 책이라면 아이들에겐 모두 놀이가 될 수 있어요. 마치 어른들에게는 설거지가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모두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은 책과 놀이로 만날 준비가 늘 되어 있는 거예요. 만약 이런 아이들에게 책을 놀이와 구분하게 한다면 그때부터 책은 놀이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이 되겠지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편해문 글, 사진/소나무)는 제목만으로도 저를 홀딱 빠져들게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네 번의 인도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인도 아이들의 삶과 놀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인도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삶과 놀이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왜 아이들이 놀아야 하는지에 대한 잔잔한 울림이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세상에 온 까닭

 

                                                   편해문

 

별은

캄캄한 밤이라도

환한 낮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반짝인다네.

 

꽃들이 피는 것은

웃음을 퍼뜨리기 위해서지.

 

바람이 불어오는 까닭은

먼 곳에서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부지런히 일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들려주기 위해서라네.

 

아이들이 세상에 온 까닭은 뭘까?

 

꽃들은 말한다네.

웃기 위해서라고.

 

별들은 말하지.

꿈꾸기 위해서라고.

 

마음속 깊은 곳에 바람 같은

아이 하나가 뛰놀고 있는 어른들은

말해 주어야 하네.

 

‘애들아,

너희들은 웃고 꿈꾸고 놀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단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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