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책읽기는 신나는 놀이처럼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놀이책
“나 피자 할래!”
날씨가 추워서 하루종일 떼구루루 구르면서 놀던 아이가 말했습니다.
“정말? 그럼, 시~작!”
피자를 만들 시간이 된 거지요. 먼저 아이를 눕혀놓고 밀가루 반죽하듯이 밀고 당기고 공중으로 빙빙 돌리고 난 뒤 다시 눕혀놓습니다. 반죽이 다 됐으니 토핑을 얹을 차례가 되었죠. 토핑 재료는 무엇이든 좋습니다. 토마토, 치즈, 고구마, 감자……. 물론 진짜 토핑을 얹는 건 아닙니다. 주위에 있는 장난감이나 종잇조각을 이용하는 거죠. 그것도 마땅한 게 없다면 그때는 그저 얹는 시늉만 해도 좋습니다. 이제 피자를 구워 먹기만 하면 돼요. 피자가 잘 익었는지 손으로 이곳저곳을 살짝 간질이기도 해요. 먹기 전에 피자를 썰어야죠. 손날을 칼 삼아 아이 몸에 쓱쓱 선을 긋기도 하고요. 그럼 존 전까지만 해도 간지럼을 참았던 아이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 웃으며 벌떡 일어났어요.
“자, 이번엔 우리 엄마를 피자로 만들까?”
아이는 웃느라 약간 흥분 상태에 빠졌고, 이때를 노려 남편은 아이를 꼬셨습니다. 당연히 아이도 찬성이었죠. 둘은 저를 잡아다 눕히고는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피자가 되기까지 거친 과정을 그대로 거쳤죠. 단, 공중으로 올려 빙빙 돌리는 것만 빼고요.
이 놀이를 하기 시작한 건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보림/절판/아래 개정판 참조)을 보면서부터예요. 이 책의 이야기는 앞에서 소개한 놀이와 거의 똑같아요. 피자 놀이를 하게 된 배경이 추가된 정도지요. 그리고 배경도 비슷해요.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며 심심해하던 아이나, 비가 오는 바람에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러 밖에 나가지 못해 기분이 언짢아진 아이나 말이에요.
처음엔 “우리도 피자를 만들어 볼까?”하며 단순하게 시작한 놀이였지만 피자 만들기는 하면 할수록 과격(!)해지곤 했어요. 굴리고 늘이고 돌니는 모든 일들이 아이의 온몸을 자극하는 일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토핑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졌지요. 덕분에 한바탕 피자 놀이를 하고 나면 밖에서 한참을 뛰어논 것처럼 몸이 노곤해지기도 했어요. 몸을 움직이면서 한참을 웃느라 기운은 빠졌지만 기분만은 아주 최고였어요.
이 놀이는 아마도 아빠랑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신나진 않았을 거예요. 저 혼자 힘으로는 아이를 올려 빙빙 돌리는 일 같은 건 엄두를 못 냈을 테니까요.
피자 만들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파전 만들기로 진화하기도 했답니다. 아이 위에다 파랑 해물이랑 맛있는 것을 듬뿍 얹어서 오븐에 굽는 대시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지저서 잘라 먹는 거죠. 피자 만들기의 묘미가 반족하기였다면, 파전 만들기의 묘미는 골고루 잘 섞는 과정에서 되도록 많이 간질이는 것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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