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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책으로 놀기] 여우를 위한 불꽃놀이

by 오른발왼발 202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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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책읽기는 신나는 놀이처럼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기

 

 

 

아이가 두세 살쯤 됐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유치원에서 아이들한테 그림책 읽어주는 일을 했어요. 한 시간 동안 세 권 정도의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요.

 

그날도 세 권의 책을 들고 유치원에 갔어요.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시리즈 세 권이었지요. 그런데 그날따라 두 명이나 책을 가지고 와서 그 책을 읽어달라는 거예요. 한 명은 신기한 스쿨버스가운데 한 권을, 또 한 명은 애니메이션 그림책 파랑새를 가져왔어요. 먼저 신기한 스쿨버스를 읽어줬지요 책을 가져온 아이와 다른 한 명만 말똥말똥, 다른 아이들은 재미가 없다고 난리가 났어요. 결국 끝까지 못 읽고 말았죠. 이번엔 파랑새를 읽어주었어요. 이번에도 역시 책을 가져온 아이만 빼고는 모두 재미없다고 난리예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가져온 책을 보자고 했죠.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가운데 한 권인 여우를 위한 불꽃놀이(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 그림/풀빛)였죠. 처음엔 빽빽한 글씨에 질렸는지 툴툴거리며 안 듣겠다고 난리를 쳤어요. 저는 모른 척하고 읽어줬죠.

 

그런데 툴툴거리던 아이들이 안 보는 척하면서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곧 모두가 초롱초롱해졌죠. 한 권을 다 읽기가 무섭게 모든 아이들이 외쳤어요.

 

“다른 책도 다 읽어줘요.”

 

그래서 신나게 핀두스를 읽어줬지요. 아이들이 깔깔대고 바닥을 치고 뒹굴며 난리가 났어요.

그때였어요.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핀두스로 연극해요.”

 

연극!

 

아이들은 또다시 난리가 났어요. 모두들 연극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어요. 이쯤 되면 항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 주에 연극을 하자.”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자기가 맡은 역을 나눴어요. 소품은 준비하지 않는 대신 도화지에 자기가 맡은 역을 표현할 수 있는 가면을 만들어오기로 했죠.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몇 번이나 다음 시간에 뭘 해오라고 시켰어요 단 한번도 해온 일이 없는 아이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가면을 만들어왔어요. 아주 멋지게요. 저를 보자마자 빨리 연극을 시작하자고 난리였어요. 준비했던 대본을 나눠주고 대본 연습을 잠깐 하고 연극 연습을 시작했지요. 사실 저는 연극 같은 건 잘 몰라요. 그래서 그냥 대충 알려줬죠.

 

이럴 수가!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이 스스로 연극을 채워나갔습니다. 유치원에 있는 소품들을 이용해 즉석에서 연극을 만들었어요. 온몸으로 연극을 채워나갔어요. 저는 정말 놀라고 말았답니다.

 

아이들은 다음 주에도 다시 한번 제대로 하자고 했어요. 아이들은 다음 주에도 여전히 준비물을 잘 챙겨왔습니다. 이번엔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아이들과 신나게 연극 놀이를 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은 또 금방 지나가 버렸어요.

 

이때의 경험은 저에게 충격을 줬지요. 책을 통해 아이들이 변해 가는 모습을 본 것도 행복했지만, 아이들은 뭐든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즉석에서 얼마든지 놀이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죠. 아이들한테 연극은 여러 친구가 함께 만들어낸 한바탕 놀이였던 거지요.

 

아이는 다섯 살 무렵이 되자 조금씩 이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여섯 살이 되면서부터는 이 책을 날마다 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냥 보는 게 아니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인 고양이 핀두스가 하는 대로 흉내를 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얌전히 앉아서 흉내를 내더니, 나중엔 고양이 꼬리라면서 엉덩이에 긴 스카프를 매달고는 온 방안을 뛰어다니며 핀두스 흉내를 냈습니다. 언제부턴가는 핀두스의 대사를 몽땅 외워서 정말 연극을 하듯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이란 때론 훌륭한 놀이가 되는 게 확실한 것 같아요.

 

'핀두스' 시리즈 모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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