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책읽기는 신나는 놀이처럼
아빠와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
책을 읽어줄 때도 엄마가 읽어주는 것과 아빠가 읽어주는 것은 아이에게 다른 느낌을 줍니다. 엄마와 아빠는 목소리도 다르고, 책을 읽어주는 태도나 방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책은 주로 엄마가 읽어주기 때문에 아빠가 읽어줄 땐 새로운 느낌도 줍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아빠가 읽어줄 때 더 강한 느낌을 받곤 해요.
놀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일단 아빠랑 노는 건 엄마랑 노는 것보다 자주 기회가 오지 않아요. 또 노는 방법도 엄마랑 놀 때랑 좀 달라요. 아빠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놀아줄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남편은 아이랑 잘 놀아줬어요. 저는 바깥일을 하랴, 아이를 키우랴, 늘 기진맥진해 있었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놀아주는 건 영 소질이 없었지요. 하지만 힘이 센 남편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목마를 태우고, 양동이 같은 곳에 아이를 넣어서 그네처럼 흔들어주고, 이불 위에 아이를 앉혀놓고 끌고 다니며 아이랑 온몸으로 놀아줬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는 아빠를 무척 좋아했어요. 하루 종일 저랑 놀다가 아빠가 10분만 이렇게 놀아주면,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곤 했어요.
《아빠하고 나하고》(유문조 기획/유승조 그림/천둥거인)는 아빠와 아이의 놀이에 기폭제가 된 책입니다. 이 책이 나온 건 2001년, 우리 아이가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뒤였어요. 아기 그림책이라 간단한 글로 되어 있었지요, 어느 장면이나 ‘아빠하고 나하고’라는 말 뒤에 아빠하고 함께하는 장면의 특징을 보여주는 짧은 문장이 나오죠.
아빠하고 나하고
랄라 놀러 가요.
아빠하고 나하고
따그닥 따그닥
언제부턴가 아이는 이 책을 늘 아빠한테만 가져갔어요. 아빠랑 아기가 나오는 책이 흔치 않아서인지 아이가 이 책을 가져오는 걸 남편도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아마 두 사람은 이 책을 함께 보고 놀면서 엄마만 쏙 뺀 채 둘만이 함께 하는 특별함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았어요.
이 책에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해 아빠와 아기 사이의 즐거운 놀이 세계를 보여줍니다. 아빠 펭귄은 아기 펭귄의 썰매를 끌어주고, 아빠 얼룩말은 아기 얼룩말과 달리기를 하고, 아빠 고릴라는 두 팔에 아기 고릴라는 하나씩 매달고 그네를 태워주죠. 아빠 북극곰과 아기 북극곰이 발 크기를 재어보기도 하고요. 마지막 장면에선 아빠가 아기를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주지요.
아이는 아빠를 우상처럼 바라봤어요. 발 크기를 재어보는 게 무슨 놀이인가 싶지만 놀이인 게 틀림없어요. 아이의 표정이 그렇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신나는 놀이에 빠졌을 때와 똑같았거든요. 아빠 발은 아이 발 크기랑 견주면 정말 너무너무 커요. 아이는 아빠의 발 크기를 확인하고 경이로움과 존경심, 그리고 아빠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아이의 눈빛이 그걸 말해 주었어요.
아빠랑 책 읽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아이와 아빠의 놀이가 시작됐지요. 발 크기는 물론 손 크기도 재어보고, 아빠 팔에 매달려보기도 하고, 책에서처럼 마지막엔 아빠의 두 팔에 안겨 번쩍 위로 솟구쳤어요. 그때의 기분이란……, 보고 있는 저도 절로 신바람이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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