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대한 책
저는 자전거에 대한 슬픈 기억들이 많아요.
우선 자전거를 못 타요. 어린 시절 열심히 배워보려 노력도 했지만, 겁이 많아서인지 결국엔 실패하고 말았어요.
언젠가는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가져와달라는 동생의 부탁을 받았는데, 그 자전거를 낑낑대며 끌고 와야 했던 기억도 있어요.
어찌 보면 자전거는 저에게 처음으로 좌절을 안겨 준 물건이었어요. 제가 결코 친해질 수 없는 물건이었죠.
그래서일까요? 저는 바퀴 달린 탈 것들과 지금까지도 친해지지 못했어요.
두 바퀴의 자전거는 서지조차 못하니까 자동차를 운전하겠다며 야심차게 도전을 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어요. 어찌어찌 면허를 따고, 운전연수도 하고 했지만, 결코 혼자 운전을 하진 못했어요. 자전거를 배울 때 두려웠던 것처럼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 역시도 너무 두려웠거든요.
대신 저는 자전거를 책으로 배웁니다!
이번에 자전거에 대한 두 권의 책을 봤어요.

《자전거 이야기》(플뢰르 도제 글/카린 맹상 그림/씨드북)
이 책은 씨드북에서 나온 ‘보통의 호기심’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책이에요.
지금 우리가 아는 자전거가 나오게 된 역사부터 자전거의 장점, 자전거를 타는 여러 나라의 풍경 등을 보여주고 있어요.
초등 저학년에 알맞은 분량과 내용이에요. 아이들의 그림체를 닮은 그림은 원색 위주로 밝고 화사해서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끼게 해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눈에 띄어요.
원래 작품이 이렇게 쓰인 건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자가 오해를 할 만한 문장이나 문맥이 보여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두 번째 펼침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어요.
세상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벨로시페드’가 나타났다고요.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벨로시페드가 아니라 ‘드라이지네’였어요.
벨로시페드에 관한 내용은 뒤에도 나오지 않아요. 궁금한 사람은 따로 찾아봐야 했죠.
(참고로, 이 책을 함께 본 사람들도 모두 저와 같았다고 했어요)
“1870년대에는 여자들이 자전거를 즐겨 탔습니다.”
이런 문장도 걸렸어요.
문장대로라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즐겨탔다는 뜻으로 보이니까요.
하지만 문맥이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문장은 ‘여자들도’ 자전거를 즐겨 타기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중국에서는 자전거를 ‘웃는 용’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그런데 왜 ‘웃는 용’이라 부른 건지 궁금해졌죠. 하지만 이 역시 설명은 없었어요. 자료를 찾아보니 자전거 손잡이가 양쪽으로 올라간 모습이 웃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만약 그렇다면 그림으로라도 표현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물론 '웃는 용'이란 말은 중국에서 흔히 쓰던 말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말이에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보는, 자전거가 끄는 ‘릭사’에 대한 설명도 좀 아쉬웠어요.
“릭샤라는 인력거입니다. 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차예요.”
라는 설명 때문이었어요.
자전거인데 인력거라... 좀 이상하지 않으세요?
이 역시 찾아보니 릭샤가 원래는 인력거라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자전거가 끄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즉 릭샤라는 말의 어원은 인력거가 맞으나, 현재적 의미는 달라진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앞뒤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인력거인데, 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차’라 설명하니 앞뒤가 맞지 않게 된 것이지요.
하나하나 설명을 하다 보니 아쉬움이 너무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아 보이네요.
하지만 책을 볼 때 이런 점을 고려해서 본다면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첫 번째 관문 역할은 충분히 해주리라 생각해요.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정하섭 글/조승연 그림/보림/2013)는 자전거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끝판왕이에요.
사실 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이미 봤고, 서평도 썼던 책이에요.(궁금한 분은 아래 클릭!)
https://childweb.tistory.com/11269394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
자전거에 대한 모든 것『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정하섭 글, 조승연 그림, 보림, 2013) 1. 신선한 첫 만남 어? 이 책 우리 거 맞아?이 책을 봤을 때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묵직한 내용과
childweb.tistory.com
그런데 십여 년 만에 다시 봤는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좋았어요.
자전거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부터, 자전거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자전거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과정, 자전거가 어떻게 하나의 문화가 되어갔는지, 지금 현재 자전거는 또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아주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요.
다루고 있는 내용이 많은 만큼 독자층의 연령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자전거에 정말 관심이 많다면 초등 고학년도 읽을 수 있겠지만, 청소년에게 적당한 책이에요. 또 성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책이고요.
이 책은 ‘작은 역사’라는 시리즈로 나온 다섯 권의 그림책 가운데 한 권이에요.
《한양 1779》,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 《밥상을 차리다-한반도 음식 문화사》, 《서울의 동쪽》, 《말하는 옷-한반도 복식 문화사》.
이렇게 다섯 권이 나와 있어요. 이 시리즈가 다섯 권으로 마무리된 게 조금 아쉽기도 해요. 더 다양한 주제로 많이 나와주길 바랐던 책이었거든요.
이 책은 자전거라는 매개를 통해 역사를 보는 미시사죠.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자전거와 관련된 모든 역사가 등장해요.
자전거의 발전 과정은 과학사이기도 하고,
여자들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옷과 문화가 바뀌어가는 과정은 여성사이기도 해요.
또 자전거가 바꾼 여러 문화사도 있고,
자전거가 들어온 이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도 볼 수 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방대한 자료에 감탄이 절로 나와요.
그림 역시 훌륭해요. 섬세한 그림은 자전거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많은 그림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속에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으니, 그림 역시 감탄을 하며 보게 돼죠,

그런데 가만 보면 이렇게 훌륭한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기획자의 공이 큰 것 같아요. 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게 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더구나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다를 경우 둘 사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기획자나 편집자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말이에요.
굳이 아쉬움을 찾는다면...
그림의 설명글이 조금 길어요. 본문 글의 분량도 만만치 않은데, 그림 설명글까지 길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러워요. 겹치는 내용도 조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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