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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23

팥죽할머니가 꿈꾸는 세상 1. 옛날 옛날 산신령이 여신이었던 때가 있었다. 모악산(母岳山), 대모산(大母山)은 여성이 산의 주인이었음을 짐작케하는 흔적이다.. 산은 신비롭고 신령스러운 공간이다. 높이 솟은 산은 하늘과 이어져 있어 하늘의 뜻을 받드는 곳으로 여겨졌다. 흔히 말하는 우주목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라 사람들은 왕과 귀족의 무덤을 만들 때 산의 모양을 본 따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구지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은 하늘의 뜻이 내려오는 곳이기도 했다. 산은 수많은 생명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아기가 없는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 아기를 갖게 해 달라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산신령의 모습을 여신으로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거나 옆에 호랑이를 낀,.. 2020. 9. 26.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지금은 탈출이 필요한 때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다시 읽기 1. 갇혀 있는 아이들 어머니는 일 나갈 때마다 어린 오누이에게 일러주었어. “얘들아, 엄마 없을 땐 아무에게도 문 열어 주면 안 된다.” - 《해와 달이 된 오누이》(김미혜 글/최정인 그림/비룡소) 엄마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일러두고 일을 하러 갑니다. 아, 물론 모든 이야기에서 엄마가 이런 당부를 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이런 당부 없이 그냥 일을 나가는 이야기가 더 많아요. 하지만 이런 당부의 말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를 볼 때면 자연스레 엄마의 당부가 귀에 들립니다. 어쩌면 아이들끼리만 있는 게 불안한 엄마의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가만 보면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호랑이가 오누이 집을 찾아왔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2019. 12. 19.
여자답게? 나답게! 《여자답게? 나답게!》(우리교육) 옛이야기는 원래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누구나 즐기는 이야기였지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에는 나이 많은 노인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누구라도 있을 수 있었지요. 모두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듣는 사람.. 2019. 7. 6.
<닷 발 늘어져라>, <똑똑한 양반> 남북 어린이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었을까? 《닷발 늘어져라》《똑똑한 양반》(권정생 글/김용철 그림/한겨레아이들/2009년) 1.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한 권 두 권 나오는 책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곤 한다. 《닷 발 늘어져라》, 《똑똑한 양반》. 이 두 권의 책도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2년이 지나 세상에 나왔다. 이 두 권은 권정생 선생님이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쓰신 옛날 이야기다. 선생님은 유언장에서도 북한 어린이를 위해 인세를 써 달라고 부탁하신 분이다. 그만큼 남과 북의 어린이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고를 때 어떤 생각을 갖고 고르셨을까? 아마도 선.. 2019. 5. 16.
호랑이로 변한 엄마, 도망치는 아이들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호랑이로 변한 엄마, 도망치는 아이들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죠. 저는 그동안 이 이야기를 해와 달의 생성에 관한 신화적 의미로, 혹은 민속학적 .. 2019. 4. 30.
재주 많은 오형제 재주 많은 오형제 (오진원 글/이은열 그림/하루놀/2019.2.27) ‘재주 많은 오형제’, ‘재주 많은 다섯 친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옛이야기입니다. 다섯 아이가 길을 가다 힘을 합쳐 나쁜 호랑이를 물리치는 이야기인데, 저는 다섯 아이가 어떤 관계로 뭉치느냐에 따라 ‘형제’와 ‘.. 2019. 4. 8.
불가사리 불가사리, 역사동화 혹은 창작옛이야기에서 살펴보기 《불가사리》(강숙인 글/푸른책들/2010년) 《불가사리를 기억해》(유영소 글/홍선주 그림/사계절/2009년) 1. 2010년 4월 창비 세미나를 들으며 머리가 참 복잡해졌다. 김환희 선생님이 발표하신 내용 가운데 ‘창작옛이야기’라는 개념 때문이었다. 물론 ‘창작옛이야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건 아니다. ‘창작옛이야기’라는 말을 들은 건 몇 년 전이었다. 한 학부모님이 옛이야기랑 창작옛이야기는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 오셨다. 그땐 정말 단호하게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옛이야기면 옛이야기지 창작옛이야기라는 말은 없다고. 옛이야기라는 것은 구전문학인데 어떻게 창작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냐고. 하지만 이때 학부모님이 말씀하신 창작옛이야기와 김환희 선생님이 말씀하.. 2019. 3. 22.
[개와 고양이]'개와 고양이'가 찾으러 간 구슬은 무엇이었을까? 개와 고양이가 찾으러 간 구슬은 무엇이었을까? 《개와 고양이》(김중철 엮음/유승하, 최호철 그림/웅진주니어/1999년) 《개와 고양이》(암정진 글 인강 그림/시공주니어/2006년) 《개와 고양이》(박영만 원작/이붕 엮음/강혜술 그림/사파리/2009년) 1. ‘개와 고양이’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다. 아마도 교과서에 실렸던 이야기이기 때문일 거다. 언제부터인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교과서는 획일화된 옛이야기를 전하는 장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가난한 할아버지가 잉어를 잡았는데, 잉어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하자 불쌍한 마음에 잉어를 살려준다. 그러자 잉어가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을 줬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잘 살게 된다. 강 건너 사는 욕심쟁이 할머니.. 2019. 2. 17.
괴물 길들이기(비룡소) 마음 속 괴물을 대하는 자세 《괴물 길들이기》(김진경 글/송희진 그림/비룡소/2009년) 1. 민수, 괴물을 만나다 민수는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은 날은 일부러 고수부지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돌아간다. 괴물을 처음 만난 그날도 그랬다. 다른 날과 다른 점이라면 심술이 나서 풀 사이로 보는 돌을 발로 뻥 찼는데 알고 보니 그 돌이 어른 머리통보다 큰 돌이었고, 덕분에 민수는 펄쩍펄쩍 뛸 만큼 발가락을 심하게 다쳤다는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돌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구멍을 보다 그만 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피아노 학원에 못 가고 말았다. 가기 싫은 건 마음뿐이었는데, 결국엔 못 가고 만 것이다. “이건 분명히 음모야.” 민수는 꼭 무언가가 피아노 학원에 못 가게 방해한 것만 같았다. .. 2018. 12. 11.
<옛이야기와 국악의 만남> 옛이야기와 국악의 만남 《옛이야기 들썩, 우리 음악 얼쑤!》(이효분 글/홍선주 그림/웃는돌고래/2013년) 1. 옛이야기 책의 새로운 흐름 요즘 새로 나오는 옛이야기 책들을 살펴보면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흐름이 눈에 띈다. 옛이야기에 새로운 분야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순수한 옛이야기 책이 아닌 지식 책으로 분류가 될 만한 책들이다.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옛이야기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곁들이는 식이다. 물론 이런 책들이 요즘 들어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엔 그 수가 많지 않았고, 독자들의 관심도 크게 받지 못했다. 독자들의 관심은 순수한 옛이야기에 가 있었고, 이런 책들은 상업적인 출판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보면 옛이야기 책의 흐름이 서서히 .. 2018. 7. 10.
나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이야기입니다(댄 야카리노 글, 그림/유수현 옮김/소원나무)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요.이야기란 소통을 위해 기본적인 언어를 내뱉는 것과는 다릅니다. 문장들이 서로 관련성을 갖고 이어지면서 하나의 일관된 내용으로 이어져야 하지요. 이렇게 생각할 때 지금 우리의 거의 모든 생활은 이야기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냥을 갔던 이야기, 채집을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 등 아주 일상적인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별자리를 보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야기는 .. 2017.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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