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입학을 앞둔 엄마들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읽은 책이 별로 없어서 너무 불안해요. 아직 혼자서는 책도 읽으려 하지 않고요. 위인전이나 역사 쪽은 전혀 읽지 않았어요. 과학책도 별로고요.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꼭 봐야 할 책 좀 소개해 주세요.”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많이 듣는 질문이다. 첫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불안해진 엄마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학교에 가는 건 아이지만 불안한 건 엄마다. 엄마가 불안해하는 건 학교란 유치원과는 여러 모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의자에 앉아서 정해진 수업을 해야 하고, 또 수업의 결과를 확인하는 시험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시험 점수에 따라 아이의 순위가 결정된다고 여긴다. 옳은 생각은 아니지만 대학 입시라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결국 엄마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 뒤떨어지지 않고 잘 적응해 공부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는 두렵다?
하지만 엄마가 불안해서 무언가 준비를 해주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는 불안해진다. 아이들 역시도 학교라는 낯선 곳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설렘과 더불어 두려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설렘이 두려운 마음을 이겨낸다. 그러나 엄마가 학교에 들어가야 하니까 어떤 어떤 책을 봐야 하고, 책을 혼자서 봐야 하고……, 하며 아이를 부담스럽게 한다면 설렘은 점차 줄어들고 두려운 마음이 커져간다. 결국 학교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과도 멀어지고 만다.
학교에 들어간다고 해서 아이가 한 순간에 훌쩍 자라는 건 아니다. 학교에 들어가는 건 한 단계 자라나기 위한 준비 과정의 일부다. 엄마는 이 과정에서 아이가 적응을 잘 해서 한 단계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아이 입장에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런데 대개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 아이가 이미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처럼 여긴다. 즉, 아이는 아직 올라서지 않은 않았는데, 엄마는 이미 올라선 것처럼 여기고 아이가 올라선 단계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엄마의 기대에 못 미치면 불안해지고 말이다. 엄마의 이런 불안한 마음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엄마가 아무리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눈치 챈다.
섣부른 변화보다 지금이 좋다!
따라서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 일은 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어떤 식으로든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아이가 안정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 또 학교생활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책들을 챙겨서 보여주기 보다는 지금까지 아이가 즐겨 보던 책들을 실컷 보게 해 주는 편이 더 낫다. 새로운 책은 아이가 학교에 충분히 적응이 되고 난 뒤에 보여줘도 충분하다. 아이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고 나면 지적인 호기심도 왕성해진다. 이때는 지금까지 보지 않던 책에도 눈길을 돌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보던 아이들도 다양한 책들을 보는 걸 더 좋아하게 된다. 아직 아이는 준비가 안 됐는데 섣부르게 새로운 책을 들이밀고, 아이가 그 책을 어렵고 재미없어 하는데도 계속 보게 한다면 그건 엄마의 만족일 뿐 아이에겐 고통이다. 더구나 입학을 앞두고 겪는 이런 경험은 아이에게 자신감도 안정감도 주지 못한다.
책읽기 독립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혼자서 책을 잘 읽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의 능력이 뒤쳐지는 건 아니다. 글자 자체에 대한 흥미 혹은 성격에 따라서 혼자서 책을 읽는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아이에게 더 열심히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책을 읽어주는 일은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 한 오래 계속되는 게 좋다. 같은 책이라도 자기가 직접 볼 때와 들을 때는 그 느낌도 다르다. 또 읽어주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좋아진다. 읽어주는 엄마와 듣는 아이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교감도 이루어진다. 이 좋은 경험을 빨리 멈추는 건 서로에게 손해일 뿐이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조급해하지 말기!
아이의 입학을 앞둔 엄마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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