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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8년 1월] 아이들 책 길잡이 3 - 학습만화의 두 얼굴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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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의 두 얼굴

 

 

만화책, 어찌할까요?

서점에 갔다. 아이들이 곳곳에 앉아 열심히 책을 읽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대부분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은 만화책이었다.
학교 도서실에 갔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난 아이들이 몰려와 책을 꺼내들었다. 아이들이 몰려가는 곳에 꽂힌 책은 만화책이었다.

대형 서점의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목록을 봤다. 음~. 역시 1위는 만화책이다. 1위에서 10위까지를 보니 그 가운데 만화책이 5권이나 있다. 혹시나 해서 20위까지 살펴 보니 이번엔 11권이 만화책이다. 새로운 만화책이 나오거나 지금 유행하는 만화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만화책이 순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책이 많이 팔리는 건 확실하다. 어찌 보면 어린이책의 주류는 만화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만화책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지만 취학 전후 아이들은 특히 굉장한 매력을 느끼곤 한다. 짧은 그림책도 혼자서 읽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도 글씨도 꽤 많고 두께도 상당한 만화책을 거뜬히 읽어낸다. 만화라는 것 자체가 글씨나 책의 두께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해 주는 무언가 있는 듯싶다. 만화책 대부분이 ‘학습’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오히려 만화책을 통해 단편적인 지식들을 배우고 이를 자랑한다. 이렇게 본다면 만화책은 참 장점이 많아 보인다.


만화책 장점만 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좋아하기 때문에, 또 학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만화책을 사주지만 아이가 만화책만 보면 점점 걱정스러워하곤 한다. 처음엔 혼자서 쉽게 책 읽는 습관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화책을 보여줬는데, 아이가 점점 더 만화책에만 빠져들고 글책은 보지 않는다며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다. 또 처음엔 아이가 만화책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자극적인 장면만을 즐겨 보며 필요한 정보는 아예 보지를 않는다고 걱정한다. 어떻게 하면 만화책을 안 볼 수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참 많다.

“되도록이면 만화책은 보여주지 마세요.”

나는 한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만화책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때로는 만화책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난 좋은 만화책을 보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 좋은 책을 권하듯이, 좋은 만화책은 적극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만화를 처음 접하는 시기에 읽을만한, 좋은 만화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만화책은 대부분 유행을 타기 때문에 몇 가지 만화만 집중해서 아이들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책 읽기, 어깨에서 힘을 빼야

이런 점에서 만화책은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와 비슷한 경향이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무조건 다 나쁜 것이 아니고, 어떤 프로그램의 경우는 좋은 책을 한 권 읽는 것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 텔레비전은 되도록 안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는 텔레비전을 볼 때 좋은 프로그램만 골라서 보기도 어렵고, 텔레비전에 빠져들다 보면 한없이 빠져들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굉장히 자극적이라서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비슷한 종류의 프로그램만 선호하게 된다. 정보와 재미를 함께 준다는 프로그램들은 뭔가 도움이 되는 듯싶지만 여기에만 의존해서는 질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락은 텔레비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텔레비전을 켜는 사람들 마음에는 가볍게 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전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책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만화책 가운데 아이들이 즐겨 보는 만화책은 오락 기능이 강한 책들이다. 아이들이 만화책에서 오락성만을 찾는 건 어쩌면 아이들의 일상이, 아이들의 책읽기의 현장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싶어진다. 만약 그렇다면 만화책을 조금 덜 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아이들이 책을 볼 때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즐기면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심심할 때면 오락을 즐기듯이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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