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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8년 3월] 아이들 책 길잡이 5 - 왜 책을 읽히세요?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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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보여주려고 하세요?

 

 

어린이책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책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은 실로 엄청나다. 때로는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정보를 쏟아내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책에 관한 정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귀를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들이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미 책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는 엄마들뿐이 아니다. 아직까지 책을 못 읽어주던 엄마들이라도 책에 대한 관심은 마찬가지다. 지금껏 아이에게 제대로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반대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엄마는 뿌듯함이 묻어나고 말이다. 어찌 보면 아이가 책을 봐야 한다는 사실에 일종의 강박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엄마들에게 질문을 한다.

“왜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려고 하세요?”

그럼 엄마들이 조금씩 머뭇거리면서 말한다. 세상을 넓게 볼 것 같아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인성이 좋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조금씩 대답은 다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대부분의 엄마들은 한 가지 사실에 동의를 한다. 아이가 책을 많이 보면 공부를 잘 하리라 생각한다고. 결국 책을 읽어야 하는 여러 가지 명분의 이면에는 ‘공부’라는 복병이 있었던 셈이다.

 

 

공부를 위한 책 읽기?

 

언젠가 유치원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벽에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수업한 내용이 붙어 있었다. 그 가운데 ‘책을 왜 봐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이 질문 아래에 책을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생각을 하나씩 적어 놓았다. 그런데 한 두명의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의 답이 공부 때문이었다. 책을 안 보면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책을 안 보면 바보가 되까……. 조금씩 말이 다를 뿐이지 아이들에게 책은 공부와 동일시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책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100%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다. 유치원 아이들의 특성상 누군가 한 명이 답을 쓰면 그대로 따라가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책 이야기를 하며 나왔던 공부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대로 썼을 수도 있다.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그냥 쉽게 쓸 수 있는 답을 썼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고려한다고 해도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는 적어도 유치원 아이들 역시 책을 읽는다는 것과 공부라는 것이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이 주는 재미를 빼앗지 말자

 

과연 공부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학교에서 남들보다 성적이 좀더 좋게 나오는 게 공부라면 꼭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할 수 있다. 혹시 책이나 교과서나 같은 책이라는 형태 때문에 이렇게 서로 연결이 되는 걸까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말하는 책과 교과서는 형태는 같을지 몰라도 성격이 다르고, 읽는 방식이 다르고, 읽는 목적이 다르다.

그러니 공부를 기본 목적으로 하는 교과서와는 다르게 접근해야만 한다. 아이가 책과 공부를 동일시한다면 나중에 공부가 너무 힘들고 지겨워질 때면 책도 공부와 함께 지겨워지지 않을까? 아직까지 공부에 대해 큰 부담이 없는 지금은 책을 잘 본다고 해도 앞으로 계속 책을 잘 보리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본다 해도 공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책이거나, 그냥 쉽고 간단하게, 별 생각없이 보아 넘겨도 좋을 책들만 볼 것이다. 하지만 공부하고는 상관없이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보는 아이들이라면 나중에 공부가 너무 힘들어져도 책을 통해 휴식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는 연령은 날로 빨라지고, 벌써 유치원에 들어가면 독서기록을 해야 하는 때다. 아이들은 책읽기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엄마가 바라던 책읽기가 이런 건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유혹도, 책읽기와 독서기록을 통해 뭔가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유혹도 마음에서 떨쳐내야 한다. 아이가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길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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