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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8년 6월] 아이들 책 길잡이 8 - 사극 만화책이 역사를 제대로 보여줄까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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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보고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 어떻게 이끌어주면 좋을까?

 

 

요 몇 년간 사극 열풍이 대단합니다. 아이들도 사극에 푹 빠져서 보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사극을 보지 않았더라면 알기 힘들었을 부분까지도 줄줄이 꿰고 있는 아이도 봅니다. 그리고 인기있는 사극은 곧이어 만화로 나오면서 다시 한번 그 기세를 몰아갑니다.

“아이가 사극에 빠져서 보더니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역사책 좀 소개해 주세요.”

이렇게 물어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있게 역사책을 소개해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사극을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본격적으로 역사책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극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아이들은 사극을 볼 때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보곤 합니다. 물론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옛날이야기는 그냥 막연한 옛날이지만 사극 속이 이야기는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갖고 있고, 주요 등장 인물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실제 역사 인물들이라는 점이지요. 이는 아이들에게 굉장한 매력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정말로 있었던 일이고, 사람들도 정말로 살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경이로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극으로 역사를 접하는 건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사극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옛날이야기를 즐겨 보다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옛날이야기는 그저 막연한 옛날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사극을 통해 역사에 다가가는 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극 열풍이 하나의 문화이고 보면 이 속에서 아이들을 적당한 방법으로 이끌어 주는 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사극을 통해 본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즉, 사극은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허구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해 주는 것이지요. 이는 책으로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아이와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해 주세요

 

사극의 인기를 업고 나온 만화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책들은 사극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과장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단순한 흥미만을 채워줄 뿐이지요.

그렇다고 역사를 본격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통사로 대표되는 역사책을 보여주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단 통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서는 맥락을 갖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시기는 아이가 관심있는 부분에 자유롭게 접근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관심있는 부분을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하면서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지요. ‘역사를 특별한 맥락없이 이렇게 봐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른의 눈으로는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여도 커나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역사적 맥락과 접목을 시켜나갑니다.

가끔 박물관에 가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 설명해주시는 분들을 봅니다. 이렇게 해야 박물관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 보다는 아이가 자유롭게 박물관을 둘러 보게 해 주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한 두가지만 기억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대신 박물관에 한 번 가서 많이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자주 가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배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역사란 단순히 옛날에 있었던 일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E.H.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것, 그건 단순히 역사를 얼마나 외우고 있는가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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