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과학동화만으로는 불안하시다고요?
아이가 “이게 뭐야?”라는 질문에서 어느 순간 “왜 그래?”라는 질문으로 넘어선다면 아이는 과학책을 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왜?’라는 질문에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과학책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해답이 담기 때문이죠.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공룡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싶어서 공룡 책에만 매달리기도 합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때로는 어른들이나 보는 커다란 공룡 도감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자기 정체성이 생기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 알게 되는 시기에는 우리 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집니다. 이럴 땐 우리 몸에 대한 책들을 집중해서 보기 시작합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동물이 나오는 책들을, 비나 눈이 오는 것에 대해 것이 궁금한 아이들은 자연 현상에 대한 과학책들에 관심을 갖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좋아하는 분야도 있지만 대개 아이는 커가면서 관심을 갖는 분야가 조금씩 달라지고, 넓어집니다. 깊이도 깊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엄마 보다 아이가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경우도 생깁니다. 꼭 필요할 때마다 책에서 본 과학 이론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은 어른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습니다.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 자기가 칭찬을 받는지 눈치를 채는 순간, 과학책에 있는 내용을 더 빨리 더 많이 입력해 넣습니다. 이른바 과학박사가 되는 것이지요.
과학동화의 지식은 웬지 비과학적일 것 같다고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과학동화로 쉽게 시작을 했지만 아이가 좀더 커나가면 과학동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불안해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과학동화는 보통 과학책보다는 과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거라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보통 과학동화는 어린 연령 아이들부터 보기 때문에 쉽고 만만한 것이라는 선입견도 작용하고요. 또 과학동화에 흔히 어떤 상황 전개를 위해서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요소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아이의 과학적 사고에 지장을 준다고 여기기도 하지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과학책 시리즈인 《신기한 스쿨버스》에서 버스가 제멋대로 변신을 한다거나, 아이들이 줄어들고 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이를 헷갈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과학책은 과학동화랑 보통의 과학책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과학책과 좋지 않은 과학책으로 나눠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형식은 크게 신경을 쓰지 말고 말이에요. 먼저 책의 형식과 관계없이 좋은 과학책이란 어떤 것일지를 생각하며 좋은 책을 골라보고, 책의 형식은 아이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지요. 만약 과학책에 관심이 별로 없는 아이라면 딱딱한 설명 투의 과학책은 지루하고 따분하게만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라도 재미있는 동화 형식으로 녹여냈다면 아이를 과학이랑 즐겁게 만날 수 있게 해 줍니다.
다른 무엇보다 상상력을 일깨워 주는 책을 골라 주세요
흔히 과학책은 정확한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학적 사고’라고 할 때 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결과물 등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면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실험 전에 가설을 세울 때, 자원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방법을 찾을 때,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를 찾을 때……, 모두 상상력이 꼭 필요한 일들입니다. ‘혹시 이러이러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력 말이에요.
따라서 필요한 정보를 그저 체계적으로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좋은 과학책이 될 수 없습니다. 호기심에 가득 차 과학책을 보는 아이들이 단순한 지식을 머리로 외우는 것만으로 끝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진짜 좋은 책은 과학책을 보면서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일깨웁니다. 그래서 책을 보면서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가 이렇게 저렇게 상상해 보게 해 주지요. 그러니 과학동화냐 아니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답니다.
'이것저것 > 엄마는 생각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 10월] 아이들 책 길잡이 12 - 아이가 아직도 그림책만 봐요 (0) | 2010.10.14 |
---|---|
[2008년 9월] 아이들 책 길잡이 11 -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 (0) | 2010.10.14 |
[2008년 7월] 아이들 책 길잡이 9-좋아하는 책만 읽는 아이, 기다려 주세요 (0) | 2010.10.14 |
[2008년 6월] 아이들 책 길잡이 8 - 사극 만화책이 역사를 제대로 보여줄까 (0) | 2010.10.14 |
[2008년 5월] 아이들 책 길잡이 7 - 아직은 위인전을 볼 때가 아니라고요? (0) | 2010.10.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