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 언제 보여주면 좋을까?
위인전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른들은 참 많습니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를 전후해서는 위인전을 보여주시려는 분들이 참 많아집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위인전을 찾는 부모님은 점점 적어지고요. 위인전을 되도록이면 어린 시절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저는 가끔 이렇게 묻습니다. 대답은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건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과 좀 친해지게 해 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이가 인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훌륭한 인물들의 삶이 담긴 위인전을 보고 아이가 뭔가를 배우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를 내세우며 위인전을 보여주시는 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는 경우를 찾기란 정말 드물지요.
엄마들이 꼽는 이유든, 엄마들이 꼽지는 않지만 엄마 마음속에 있는 이유든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감한다는 것만으로 위인전을 권해드리지는 못합니다. 위인전은 최소한 3학년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학년이 되기 전에는 피해 주세요
위인전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특별한 업적을 인정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과거를 막연히 ‘옛날’로 떠올리는 아이들에게 위인전은 무리입니다.
물론 이 말이 위인전은 역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인전은 역사(통사)처럼 전 시대와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공간에 대한 이해만 가능하다면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좀 기다려 주세요. 위인전을 보지 않아도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는데 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인물의 중심 정보를 단순하게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세종대왕의 경우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한글을 만든 위대한 임금’ 정도지요. 아이들은 만약 세종대왕이 한글을 안 만들어서 아직도 한자를 쓰고 있다면 얼마나 힘이 들지를 알기에 세종대왕의 업적이 더욱 위대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곤 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세종대왕에 대해 좀더 잘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고, 또 세종대왕뿐 아니라 다른 인물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기서 멈추는 게 대부분입니다. 세종대왕에 대해 알고 싶어 해도 대개는 조금 깊이 들어가면 금방 재미를 잃고 맙니다. 다른 인물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간단한 요약 정도면 만족합니다. 아직까지 아이가 원하는 건 그 수준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고학년이 되어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인물이 이룬 업적뿐 아니라 그 인물의 삶에 관심을 갖는 시기는 고학년 때입니다. 고학년이 되면 인물이 업적을 어떻게 이루어냈는지와 함께 그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인물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과정에 대한 공감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서점에 나가서 위인전을 살펴보세요. 초등 1-2학년 이전의 아이들이 읽을 만한 위인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위인전을 볼 적정 연령대가 3-4학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책은 아이가 흥미를 잃게 만듭니다. 만약 아이가 궁금한 인물에 대해 물어오면 엄마가 아는 만큼 답해주고, 함께 찾아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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