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8년 9월] 아이들 책 길잡이 11 -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728x90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

 

 

“책을 읽어주고 있으면요, 조금 있으면 중학교 다니는 첫째까지도 옆에 와서 듣고 있어요. 참 신기하죠?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느낌이 다르대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비슷한 말을 그 전에도 또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중학생이 아닌 6학년 아이가 더 좋아하더라는 이야기였지요.

우리는 흔히 책은 아직 글씨를 못 읽는 아이에게 읽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통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 라는 질문 속에는 “아이의 책읽기 독립을 언제쯤 하면 되나요?”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곤 하지요.

그런데 이미 책읽기 독립이 충분히 되어 있는 6학년이나 중학교 아이가 엄마가 책읽어주는 소리에 이끌려 듣는 이 모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더구나 이 시기는 사춘기 무렵이어서 엄마랑 조금 소원해지는 일도 있을 시기이지요. 혹시 책을 읽어준다는 건 아이가 글씨를 몰라서 읽어주는 것 말고,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요?

 

 

책이 궁금해서가 아닙니다

 

앞의 두 아이의 상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할게요. 첫 번째 경우 동생은 2학년이었지요.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서 혼자서 책을 읽는 속도가 늦어서 엄마는 가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곤 했지요. 두 번째 경우 동생은 3학년이었습니다. 동생은 책 읽는 걸 워낙 싫어해서 혼자서는 책을 안 봤지요. 그림책에는 가끔 관심을 보였지만 3학년이 그림책만 보는 거에 대해서 조금 자존심 상하기도 했고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엄마가 동생에게 읽어주던 책이 6학년이나 중학생이 보기엔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한 책이었다는 점입니다. 혼자서 이런 책을 주고서 보라고 하면 절대로 읽지 않을 책 말입니다. 결국 큰 아이들이 엄마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에 이끌려 열심히 들었던 건 그 책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지요.

글자를 모르거나 책읽기가 서툴러서도 아니고,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책을 읽어주는 것 자체에 끌렸다는 뜻이 아닐까요?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다는 것, 이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같은 책이라도 그냥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의 내용은 같지만 시각을 통해 전해지는 것과 청각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참 다릅니다. 이건 책이란 단순히 눈으로 내용을 파악하며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에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자신과 친밀한 사람이라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람이라면, 듣는 사람은 그 책 속에 더욱 푹 빠지게 됩니다. 평소 관심이 없던 책이라도 관심이 가고, 의미를 찾지 못하던 책이라도 의미를 찾게 됩니다.

 

 

엄마와의 추억만들기입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엄마와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 해도,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요. 이럴 때 책은 엄마와 관계를 친밀하게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입니다. 앞서 중학생, 6학년 아이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한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러다 보니 책도 더 집중해서 보는 것이지요.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면 아이는 언제나 엄마랑 마음을 터놓을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요.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생기면 서로에 대한 믿음도 커집니다. 또 엄마와 책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게 해 주지요.

하지만 동생이 없다면 그나마 이런 기회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이미 커버렸다 해도, 일부러라도 가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이런 습관을 갖다 보면 아이랑 관계가 틀어져도 금방 다시 회복됩니다.

아까 엄마한테 혼나서 우울했던 아이가(3학년) “엄마 책 읽어주세요.” 하며 책을 들고 옵니다. 엄마랑 화해를 하고 싶어서겠죠? 이제 책을 읽어주러 가야겠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