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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9년 2월] 미래 세계는 행복할까?

by 오른발왼발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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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계는 행복할까?

 

 

혹시 미래 세계를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선생님은 어렸을 때 공상 과학 소설을 참 좋아했어요. 그 시절에 그려 본 미래 세계는 온통 장밋빛희망적인 상황을 빗댄 말이었지요.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로봇이 모든 일을 대신해 주고, 사람들이 편히 잘 먹고 잘사는 행복한 세상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겠죠?

선생님은 그때, 과학이 사람들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줄 거라 믿었어요. ‘유전 공학’이란 학문을 처음 알았을 때 굉장히 흥분하던 기억이 나요. 30여 년 전만 해도 굶는 사람들이 꽤 많던 시절이라, 유전 공학 덕분에 배고픈 시절이 끝날 것이라는 말은 모두를 들뜨게 만들었지요.

그런데 여전히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은 끝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안심하고 먹을 것들이 없다고 너도 나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오렌지가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오렌지 맛 음료! 우리 친구들도 마셔 봤을 거예요. 과학은 옛날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이런 것들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오늘은 그 과학이 안겨 줄지도 모르는 ‘잿빛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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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창비)에 나오는 미래 세계에는 굶는 사람이 없어요. 정부에서 모든 국민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니까요. 그런데 돈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먹지 않아요. 정부에서 나누어 주는 음식은 진짜가 아니라 ‘합성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오렌지 맛 음료처럼 말이에요. 이런 음식을 먹고 건강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어요.

문제는 합성 음식이 싫다고 직접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는 점이에요. 농사를 지으려면 씨앗이 있어야 하는데, 미래 세계에서는 씨앗을 거두는 일이 불법법에 어긋남이랍니다. 농부들은 해마다 씨앗 회사에서 씨앗을 사다가 농사를 지어야 하죠. 씨앗뿐 아니라 그 씨앗에 맞는 비료도 함께 사다 써야 해요. 씨앗은 그 비료가 아니면 잘 자라지 않아요. 게다가 비료를 계속 뿌려 대다 보니 자연은 걷잡을 수 없이 황폐해지죠.

농사일뿐만이 아니에요. 꽃들도 마찬가지죠. 아이들은 꽃을 심고 꽃씨를 받아 두었다 다음 해에 심는 기쁨을 몰랐어요. 씨앗은 오직 ‘21세기 콜럼버스’ 같은 거대 기업만이 거두고 팔 수 있는 물건이 된 것이죠.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런데 여기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이미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랍니다. 우리 친구들이 좋아하는 딸기를 하나 먹을 때마다, 예쁜 장미꽃 한 송이를 살 때마다 외국의 씨앗 회사에 사용료를 내고 있지요.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가 더 소름 돋게 느껴지는 거예요.

 

 

 

 

『미래의 소년 미르』(비룡소)는 또 다른 미래의 모습을 보여 주죠. 미르는 할아버지와 숲에서 살아요. 이상한 점은 미르가 다른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이상한 점은 또 있어요. 할아버지가 이 숲을 ‘다시 태어난 숲’으로 부른다는 점이죠.

그러던 어느 날, 미르는 아주 커다란 알을 발견해요. 이 알은 어찌나 큰지, 무척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잘 보여요. 할아버지는 그 알 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을 해요. 그러곤 언젠가는 꼭 해 줄 이야기가 있다고만 하시지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해 주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셔요. 혼자 남겨진 미르는 그 알 속에 가 보기로 해요. 혹시 그 알 속에 할아버지가 해 주시려던 이야기가 숨어 있지나 않을까 하면서요. 그리고 미르는 알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지요.

알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어요. 그 알은 ‘노아의 방주’성경에 나오는 ‘노아’가 대홍수 때 동물과 가족을 태우고 살아남았다는 커다란 배 같은 거예요.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자 커다란 알을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가 살았지요. 미르의 할아버지는 알에 들어가는 걸 반대해서 밖에 남은 것이고요.

오랜 세월이 흘러 미르 할아버지가 있는 바깥 세계는 다시 자연의 모습을 되찾았지요. 자연이란 그냥 내버려 두면 스스로 원래 모습을 되찾는 힘을 갖고 있거든요. 하지만 알 속의 세계는 그렇지 못해요. 가짜 낮과 밤을 만들며 생활하는 알 속의 세계는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하며 움직이는 곳이지요.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말이에요.

문득 지금 우리가 알 속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어요. 바깥 공기가 더러워졌다고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공기 청정기로 맑은 공기를 만들려는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오늘 소개한 두 책은 미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참 많이 던져 줘요. 그리고 과학이 모든 것을 저절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과학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물할 수도, 잿빛 미래를 선물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우리 친구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안미란 글, 윤정주 그림, 창비 펴냄)

『미래의 소년 미르』(조성은 글, 신민재 그림, 비룡소 펴냄/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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