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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9년 4월] 우리 것, 우리 문화 들여다 보기

by 오른발왼발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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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 우리 문화 들여다보기

 

 

 

“엄마, 옛날에도 그랬어?”

 

우리 딸은 가끔 이렇게 물어요. 딸이 말하는 옛날은 나의 어렸을 때예요. 어린 딸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옛날은 엄마가 어렸을 때이죠. 아마 내가 어렸을 때 댕기 머리에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딸은 우리의 ‘옛것’이 궁금했던 거예요.

그런데 딸을 실망시켜서 어쩌죠. 내가 어렸을 때도 이미 우리의 옛것이 많이 사라진 뒤였거든요. 한복은 지금처럼 명절에만 입었고, 댕기 머리는 더더욱 아니었고 말이에요. 한옥에 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새 양옥에 사는 친구들을 더 부러워했던 시절이죠. 그래서 우리 딸과 함께 서점에 나갔어요. 우리의 옛 모습을 만나러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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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놀랄 만한 책을 찾았어요. 100여 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화가를 만났지요.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영국 화가였어요.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 문화 찾기』(책과함께어린이)는 그의 작품 속에 남아 있는 우리의 옛 모습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에 조선에 처음 왔어요. 삼일 운동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지요. 그 뒤에도 여러 번 조선에 찾아와 자신이 본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어요. 이런 그림들을 모아 1946년에는 『올드 코리아』라는 책을 영국에서 내기도 했어요. 이 책에 실린 그림들도 『올드 코리아』에서 고른 것들이에요.

엘리자베스 키스는 조선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100여 년 전의 우리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낯설어요. 그러니 푸른 눈의 이방인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 그 당시 조선은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색동저고리를 곱게 입은 오누이, 정성스레 수를 놓고 있는 댕기 머리 소녀, 큰 함지박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그릇에 빨래를 이고 가는 새댁,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할아버지……. 무척이나 생생해서 타임머신을 탄 기분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지요.

이것만이 아니에요. 맷돌로 곡식을 가는 모습, 결혼 잔치의 풍경, 가마 타고 시댁으로 가는 모습,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처럼 지금은 보기 힘든 소중한 우리의 옛 모습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엘리자베스 키스는 판화 기법을 즐겨 사용했어요. 판화는 같은 그림을 여러 장 찍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린 조선의 모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녀는 힘겨운 시절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조선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남편을 잃고 아들까지 일본 경찰에 잡혀간 여자를 그린 <과부>에서는 여자의 처지를 잘 표현했지요. 그녀는 과부의 모습에서 “타고난 기품과 아름다움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라고 회상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하고 있어요.

 

 

 

『숫자 3의 비밀』(사파리)을 처음 보고도 깜짝 놀랐죠. 숫자 ‘3’이 우리 생활 곳곳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느꼈거든요.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다들 알 거예요. 옛이야기 속에 3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말이에요. 주인공도 삼형제 가운데 셋째가 많고, 어려운 일을 당해도 꼭 세 번이고, 무슨 일이든 세 번 만에 해결되지요. 가위바위보를 해도 삼세판더도 덜도 없이 꼭 세 판이잖아요?

숫자 3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도 영향을 끼쳐요.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보살펴 주는 삼신할머니를 위해 삼칠일 동안 세 번(7일째, 14일째, 21일째)에 걸쳐 상을 차리죠. 그리고 장례를 치를 때면 저승사자를 위해서도 상을 차리는데, 그 상에도 밥 세 그릇, 북어 세 마리, 짚신 세 켤레를 놓았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삼 년 동안 무덤 곁에서 살았고요.

숫자 3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기에 이렇게 우리의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에 영향을 미칠까요? 옛날 사람들은 숫자 1은 남자를, 숫자 2는 여자를 뜻한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아기를 낳는 것처럼 숫자 1과 2를 합한 숫자 3은 생명의 탄생을 뜻하는 ‘완전한 수’로 여겼지요. 삼족구다리가 세 개인 개나 삼족오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처럼 다리가 세 개인 상상 속의 동물도 3이라는 숫자가 완전함을 뜻하기 때문에 신성하게 여겨졌어요. 어려운 일을 당해도 꼭 세 번이고, 무슨 일이든 세 번을 해야 해결되는 것 역시 숫자 3이 역경과 고난을 이겨 내고 완전해지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지요. 정말 숫자 3에 많은 것들이 숨어 있네요.

 

오늘 소개한 두 책은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방인의 눈으로 본 우리의 모습과 우리도 잘 몰랐던 우리 문화 속에 담긴 수수께끼를 담고 있지요. 이 책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참 잃어버린 것이 많다는 것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이에요.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 문화 찾기』(엘리자베스 키스 그림, 배유안 글, 책과함께어린이)

『숫자 3의 비밀』(김종대 글, 이부록 그림,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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