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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9년 3월] 고고학자가 되어 역사의 비밀을 풀어 볼까?

by 오른발왼발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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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가 되어 역사의 비밀을 풀어 볼까?

 

 

2년 전 가족끼리 충남 ‘공주’로 여행을 간 일이 있어요. 백제의 도읍이었던 곳이라 볼 것도 참 많았지요. 박물관이랑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무령왕릉이었어요. 아쉽게도 왕의 진짜 무덤에는 들어가 볼 수 없었고 모형으로 만든 곳을 둘러보았지요. 딸이 진짜 무령왕릉에 못 들어간 걸 내내 아쉬워하자, 아빠가 넌지시 한마디 했어요.

 

“고고학자였다면 들어가 볼 수 있었을 텐데…….”

“정말요?”

 

그날부터 우리 딸의 꿈은 고고학자가 됐어요. 고고학자는 옛날 사람들이 남긴 유물옛사람들이 쓰던 물건이나 유적옛사람들이 살던 흔적을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딸에게 고고학자의 꿈이 아주 우연히 찾아온 거예요. 그전까진 고고학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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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쉿, 우리 집 밑에 백제가 살아요』(파란자전거)에 나오는 혁이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고고학자의 꿈을 갖게 되지요. 혁이는 아파트를 짓느라 파헤쳐진 자기네 집터를 기웃거리다 토기흙으로 만든 그릇 조각 하나를 발견해요. 놀랍게도 혁이가 찾은 토기 조각은 백제의 유물이었어요. 이런 사실은 아파트 주변에서 발굴땅속이나 바닷속에 묻힌 유적이나 유물을 찾는 일 작업을 하던 고고학 교수님을 만나면서 알게 되지요.

혁이가 살던 동네는 ‘풍납토성’이 있는 곳이에요. 백제 초기에 만들어진 이 성벽이 발견되어 교수님은 발굴을 하던 중이었지요. 하지만 교수님은 성벽만 보호를 하고, 주변의 성터에서는 아파트 공사를 하고 있는 게 불안했어요. 그런데 혁이가 아파트 공사장에서 백제 토기를 찾아왔으니, 깜짝 놀랄 수밖에요. 혁이의 발견으로 아파트 공사는 모두 중단되고, ‘긴급 구제 발굴’이 시작되어요. 긴급 구제 발굴이란 공사를 하다가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를 멈추고 발굴을 하는 걸 말해요.

혁이는 매일같이 발굴 현장을 찾아요. 그러면서 발굴은 왜 하는 것인지, 발굴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발굴이 왜 중요한지 따위를 하나하나 알아 가요. 혁이는 점점 고고학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요. 발굴한 유물을 보고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고고학자가 마치 탐정 같았거든요.

혁이는 백제의 역사도 새롭게 알게 돼요. 백제의 첫 도읍은 지금의 서울이에요. 그때는 서울을 ‘한성’이라고 불렀지요. 하지만 백제의 왕성왕이 살던 궁궐이 있던 도시이었다는 ‘하남 위례성’이 어디인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어요. 백제가 고구려와의 싸움에서 크게 지고 도읍을 웅진성(지금의 공주)으로 옮기면서 위례성은 역사에서 잊혀졌지요. 오랜 세월 위례성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위례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지요.

그런데 혁이의 토기 덕분에 시작된 발굴에서 풍납토성이 위례성이라는 증거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와요. 이만하면 혁이가 고고학자의 꿈을 키워 갈 이유가 충분한 것 같지요?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실제 발굴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이에요. 풍납토성은 1997년에 처음 발굴을 시작하여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지요.

 

 

 

혁이가 경험한 것처럼 우리 집 밑에 몇 천 년 전의 사람들이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참 가슴 설레지 않나요? 혁이처럼 고고학에 관심을 갖게 된 친구들에게 『어린이 고고학의 첫걸음』(상수리)을 소개할게요. 제목 그대로 고고학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 주는 책이에요.

과거의 흔적을 찾아 사라진 역사를 찾는 고고학자는 탐정 같다고 했죠? 고고학자는 모험가이기도 해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도 고고학자예요. 그는 늘 역사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험난한 모험을 떠나죠.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들을 뒤적여 단서를 찾고 때론 악당을 만나 싸움을 벌이기도 해요. 물론 이건 영화예요. 하지만 고고학자의 일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땅속에 묻힌 유물과 유적을 찾아내려면 오랜 시간 삽질과 호미질을 해야 하고, 흙을 털어 내는 붓 작업을 질리도록 해야 하죠. 고고학자에게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유물의 깨진 조각들을 맞춰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인내와 끈기가 없으면 할 수 없죠.

고고학자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해요. 옛날 문자도 알아야 하고,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고 만들어진 때를 알아내려면 과학의 힘도 빌어야 하지요. 땅에 묻힌 걸 연구하다 보니 지질학도 알아야 해요. 무척 어렵겠다고요? 하지만 박물관의 유물들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 본 친구들이라면 고고학의 매력에 쉽게 푹 빠질 거예요.

모두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진 건 아니겠죠? 고고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지키는 일은 누구나 가능해요.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보세요. 또 우리가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지 고민해 본다면 하루하루를 더욱 열심히 살 거예요.

 

『쉿, 우리 집 밑에 백제가 살아요』(김영숙 글, 홍우리 그림, 파란자전거/절판)

『어린이 고고학의 첫걸음』(라파엘 드 필리포 글, 롤랑 가리그 그림, 상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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