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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9년 5월] 우리 마음 속에는 이런 차별이 없겠죠?

by 오른발왼발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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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는 이런 차별이 없겠죠?

 

 

2009년 1월 20일. 이날은 미국 역사에 기록될 아주 중요한 날이에요.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이지요.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에요.

미국에서 흑인의 역사는 시작부터 험난해요. 흑인들은 먼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참혹한 생활을 해 왔죠. 1863년에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흑인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흑인들에게 참정권나랏일에 참여할 권리이 주어진 것도 그로부터 100여 년이 더 흐른 뒤였지요. 흑인들은 이 당연한 권리를 갖기 위해 힘든 투쟁을 해야만 했어요.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을 본 흑인들의 마음은 남달랐을 거예요. 흑인을 차별하는 제도는 다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의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문득 그 옛날, 흑인들의 슬픈 역사가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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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열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때가 있어요. 『자유의 길』(낮은산)을 봤을 때가 바로 그랬어요. 노예선 안에 차곡차곡 쌓여 실려 가는 흑인들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지요. 처음에 이 그림을 봤을 땐 흑인들이 누워 있는 모습이란 걸 몰랐어요. 좁은 선반마다 사람이 누운 채로 층층이 쌓아 올려져, 정수리와 발바닥이 번갈아 보였거든요. 사람을 짐짝처럼 쌓아 올릴 수 있다니……. 백인들은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이런 식으로 실어 날랐어요. 그들은 항해 기간 내내 몇 달을 이렇게 누워 있어야 했어요. 볼일도 드러누운 채로 보아야만 했지요. 그러다 죽으면 바다에 내던져졌고요. 이 한 장의 그림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어요.

이 책에는 흑인 노예의 삶을 보여 주는 22장의 그림이 담겨 있어요. 64쪽의 얇은 그림책이지만, 그 어떤 책보다 그 당시 노예였던 흑인들의 심정과 처지를 가까이 들여다보게 해요. 화가 ‘로드 브라운’은 흑인 노예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려 전시를 했대요.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지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던 ‘줄리어스 레스터’ 작가는 이 그림에 글을 썼어요.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지요.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림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글을 하나하나 곱씹어 볼수록 이 책이 주는 울림은 더 커져요. 작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깜둥이’로 불리며 살아야 했던 흑인들의 상처와 분노를 지금의 우리도 느껴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나를 끌고 가서 그들의 노예로 부려 먹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고 말이에요.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또다시 그런 아픈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을 거예요.

 

 

 

 

『커피 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은 노예 제도가 있었던 미국의 이야기도 아니고, 노예 제도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도 아니에요.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건너온 어느 가족의 이야기예요.

열 살 소년 ‘샘’은 독일에서 나고 자랐어요. 부모님이 태어난 아프리카의 마을은 가 본 적이 없지요. 샘은 자신을 독일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그날은 사람들이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던 국경일이었어요. 샘이 살고 있는 골목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그들은 창밖을 내다보던 샘을 발견하고는 샘의 집으로 돌멩이와 화염병휘발유 따위를 넣어 만든 유리병. 불을 붙여 던지면 불이 널리 퍼짐을 던졌지요. 그 일로 샘은 얼굴에 돌멩이를 맞아 상처가 나고, 손에 화상까지 입었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샘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싫어하던 독일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미워했지요. 처음엔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외국인들을 받아들였지만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생각이 달라진 거예요. 샘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돌멩이를 맞은 거지요.

그 사건으로 샘은 자신의 정체성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해요. 자신은 독일에 속하는 것일까, 부모님의 고향인 아프리카에 속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에요. 검은 피부색 때문에 ‘커피 우유’라고 놀림을 받아도 꾹 참던 감정들이 불쑥 고개를 든 것이지요. 샘은 같은 반 친구인 ‘보리스’가 아무리 괴롭혀도 묵묵히 참아 왔어요. 기껏해야 보리스의 주근깨를 보고 ‘소보로빵’이라고 부를 뿐이지요. 물론 보리스가 알아듣지도 못하게 말이에요.

한편, 보리스는 샘이 돌멩이를 맞던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소해 해요. 샘이 전학 온 뒤로 번번이 일등 자리를 빼앗겨 잔뜩 약이 올라 있었거든요. 늘 보리스가 도맡아 하던 음악 경연 대회의 피아노 연주도 샘이 차지해 버렸어요. 보리스에게 샘은 자기 자리를 빼앗은 낯선 외국인이었던 거예요.

커피 우유와 소보로빵. 가만 보면 이 두 가지는 참 잘 어울려요. 따로 먹는 것보다 함께 먹으면 더 맛있지요. 샘과 보리스도 커피 우유와 소보로빵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문득 우리 땅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들이 떠올라요. 그리고 엄마나 아빠가 외국인이지만 우리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도요. 혹시 우리도 이들을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일이에요.

 

『자유의 길』(줄리어스 레스터 글, 로드 브라운 그림, 김중철 옮김, 낮은산)

『커피 우유와 소보로빵』(카롤린 필립스 글, 허구 그림, 전은경 옮김,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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