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거리를 찾아 나서 볼까?
“정말 귀엽지 않아?”
우리 딸은 ‘지렁이’를 보면 무척 반가워해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한참 보고 나야 겨우 일어서죠. 햇볕이 들라치면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들어 올려 그늘로 옮겨 주기까지 해요. 그러나 아무리 지렁이가 땅을 기름지게 하는 착한 벌레라지만, 귀엽다는 말은 선뜻 동의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늘 딸 옆에 묵묵히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렁이가 덜 징그럽게 느껴졌어요. 몽글몽글 쌓여 있는 지렁이 똥을 발견한 뒤로는 지렁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지요. 지금은 딸처럼 지렁이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이게 바로 관찰의 묘미말로 표현하기 힘든 재미와 기쁨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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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도 무엇인가를 관찰해 본 적이 있나요? 어항 속의 물고기나 싹이 난 고구마를 관찰해 봤다고요? 그럼 이번엔 집 밖으로 눈을 돌려 보아요. 관찰할 대상은 얼마든지 있어요. 동네를 떠돌아다니는 도둑고양이나 여름 내내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는 어때요?
『도둑고양이 연구』(파랑새)는 동네에 사는 도둑고양이 ‘나오스케’의 하루를 관찰하는 이야기예요. 도둑고양이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고요? 그거야, 관찰한 사람이 붙여 준 거지요. 관찰 방법은 간단해요. 나오스케가 가는 대로 따라가는 거예요. 나오스케가 멈추면 멈추고, 나오스케가 움직이면 따라서 걸어가고요.
물론 무작정 따라가는 건 안 돼요. 나오스케가 눈치를 챘다가는 관찰은 실패로 끝나고 마니까요. 그래서 고양이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걸 하면 안 되지요. 예를 들어 고양이는 사람이 지켜보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싫어하니까 그것도 피해야 하지요.
관찰을 하려면 먼저, ‘고양이 카드’부터 만들어야 해요. 한동네에 사는 다른 고양이들과 구분하기 위해 고양이 이름을 지어 주고 생김새 따위를 그 카드에 적어요. 카드를 완성하면 본격적인 관찰을 시작해요. 관찰 기록장, 연필, 쌍안경 따위를 챙기고, 고양이가 하루 동안 다닌 길을 표시하려면 간단한 동네 지도를 미리 만들어 두면 좋아요. 밤늦게까지 관찰해야 하니, 겉옷과 약간의 간식도 챙겨요.
이제 나오스케를 따라가면 되어요. 다른 고양이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 표시를 하는지, 길을 가다 말고 숨는 건 왜 그런 건지……. 책을 읽는 우리도 나오스케를 따라가는 기분이지요.
아침 10시에 시작한 관찰은 다음 날 아침 6시가 되어서야 끝이 나요. 아니, 아직 끝이 아니네요. 관찰이 끝나면 관찰 결과를 고양이 카드에 정리해야 하니까요. 그것까지 끝마치고 나면 잠꾸러기 고양이처럼 한숨 푹 자면 되지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계절)는 관찰 기간이 좀 길어요.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거의 1년이에요. 여러분도 밤낮없이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 때문에 여름이 지긋지긋했던 적이 있나 모르겠네요. 주인공 ‘병규’는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는 매미 때문에 여름이 기다려진대요.
병규는 바닥에 떨어져 죽어 가는 매미 한 마리를 보아요. 그때부터 매미의 삶과 죽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해요. 매미를 관찰하기로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네요. 울음소리만 들을 때는 매미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매미 허물만 발견하다가, 3일 만에 겨우 살아 있는 매미를 찾지요.
이제 병규는 매미 애벌레를 찾기로 해요. 그러다 경비원 아저씨의 도움으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지요. 매미 애벌레가 해 질 무렵에 땅을 뚫고 나온다는 거예요. 이 믿을 수 없는 말은 정말이었어요. 해 질 녘에 아파트 풀밭에서 애벌레를 발견한 날, 병규는 매미를 관찰하는 재미에 푹 빠지고 말아요.
병규는 여름 방학 내내 매미를 관찰해요. 당연히 병규의 일기도 매미 이야기로 가득 차지요. 매미 관찰 일기인 셈이에요. 보통 관찰 일기는 정해진 틀에 따라 꼭 필요한 기록만 하지만, 병규의 일기에는 자신의 일상생활과 매미에 대한 여러 궁금증,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병규의 관찰 일기는 7월 24일부터 이듬해 7월 1일까지 이어져요.
우리 친구들도 관찰의 매력에 푹 빠져 볼래요? 관찰에 나서는 순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답니다.
『도둑고양이 연구』(이자와 마사코 글, 히라이데 마모루 그림, 이예린 옮김, 파랑새/절판)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박성호 글, 김동성 그림,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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